[김시덕의 도시 발견] 총선 개발 공약 결산

2024. 7. 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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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와 같이 지난 4월의 국회의원 선거 전에도 수많은 개발 공약이 정치권에서 던져졌다.

그 당시 여러 매체에서 공약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하곤 했다.

총선이 끝나고 나자 비로소 총선용 개발 공약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총선 당시의 개발 공약을 점검하는 것은, 이 공약들이 2027년의 대통령 선거 때에도 다시 던져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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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와 같이 지난 4월의 국회의원 선거 전에도 수많은 개발 공약이 정치권에서 던져졌다. 그 당시 여러 매체에서 공약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하곤 했다. 이번 선거에서 공약은 의미가 없고, 여야 막론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공약들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공약을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선거 후에 정리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총선이 끝나고 나자 비로소 총선용 개발 공약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몇 년간 수도권 부동산을 뒤흔들었던 GTX-A·C 노선이 지날 삼성역을 포함하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의 2공구는 건설사 선정이 계속 유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애초에 2025~2026년 개통 기대까지 품게 하던 GTX 삼성역은 개통 시기가 어느새 2028년까지 미뤄졌다.

일부 개통한 GTX-A 구간의 이용률은 그렇게 선전되던 것과는 달리 저조하다. GTX라는 간선 교통망만 만들어놓았지, GTX역에서 각지로 이어지는 세밀한 교통망을 갖추지 않았고, 핵심인 삼성역 개통이 계속 미뤄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서울 강남을 지나는 GTX-A·C와 달리 강남을 지나지 않는 다른 노선들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GTX-B의 운영사로 코레일이 결정될 가능성이 큰데, 이는 민간이 이 노선의 수익성을 높지 않게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GTX-D도 공약에 훨씬 못 미치는 노선으로라도 개통되면 다행이다. GTX-E·F 및 GTX의 강원도·충청남도 연장, CTX 등은 실현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본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물론 예산이다. 지난 총선 당시에는 '조' 단위의 공약이 쉽게들 던져졌다. 하지만 그 공약들을 잘 들여다보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민자로 충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약은 던지되 돈은 기업들이 내게 한다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까?

대도시 유권자들을 상대로는 철도 지하화 공약이 던져졌다. 하지만 서울에서만 100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되는 철도 지하화를 실현시킬 여력이 과연 한국 정부에 있을까?

또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기존의 지상철을 지하화하는 것보다 거대한 산업단지가 있지만 철도 교통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있는 태안반도나 거제도 등에 철도망을 신설하는 것이 더 급하지 않나? 도대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슈도 그렇다. 1970년대에 지어진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또는 1980년대에 지어진 목동·노원 신시가지도 이제야 재건축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 이들 아파트 단지보다 늦은 1990년대에 준공된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이렇게 총선 당시의 개발 공약을 점검하는 것은, 이 공약들이 2027년의 대통령 선거 때에도 다시 던져질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정치인들의 공약(公約)은 무책임한 공약(空約)이라는 비판들을 하곤 한다.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왜 계속 그 정치인들에게 공약(空約)을 요구하고 또 표를 주는 걸까. 이쯤 되면 이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 이상으로, 이런 주장을 믿는 유권자들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게 된다.

국회의원 선거 후에도 몇조, 몇십조 원짜리 구상들이 계속해서 정치권에서 던져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조' 단위가 우습게 거론되는 정치권의 분위기와 달리 사회에서는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총선 전에 그렇게 시끄럽던 수도권 메가시티 논란은 지난해의 칼럼에서 예측했듯이 아무런 결실 없이 끝났다.

메가시티 논란이 촉발된 김포에서는 수도권전철 5호선의 김포 및 인천 검단신도시로의 연장 문제가 공전 중이다. "내년 말에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것이다. 절망적으로 본다"는 어느 현지 주민의 말처럼, 이 공약 역시 대통령 선거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가덕도신공항, 달빛철도 등도 비슷한 궤적을 거칠 듯하다. 이 지면을 빌려 총선 공약을 결산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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