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정 경선’ 다짐 서약 무색···곧장 ‘김건희 문자 무시’ 네거티브 비방
서약식 끝난 후 한동훈 향한 비방 이어가
원희룡 “영부인 사과 의사 묵살…선거 망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5일 한 자리에 모여 ‘공정 경선’을 다짐하고 서약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최근 후보들 간 경쟁이 과도한 비방전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후보들은 민생·비전 경쟁을 약속했지만 서약식이 끝난 후엔 다시 서로에 대한 비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경선 서약식’을 열었다. 서약식엔 당대표·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 17명과 당 지도부,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 등이 참석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관위원장은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분위기가 너무나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언론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후보들에 대한 비방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국민들께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구 윤리위원장도 “진보는 부패해도 망하지 않는데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돈다”며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윤리위에서는 당헌당규 윤리규정과 이에 근거한 국민 정서법에 따라 맡은 바 책무를 확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모두 역지사지 해서 같은 말이라도 품위있게, 같은 일이라도 여러가지를 생각하셔서 하나의 말씀, 하나의 행동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당대표 후보들은 이에 화답하듯 ‘공정 경선’과 ‘민생 정책’ 등을 강조했다. 나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너무 치고박고 티격태격해서 많이 걱정하실 것 같다”며 “민생을 어떻게 살리고 대통령을 어떻게 성공시킬지, 또 이재명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로 싸우는 선거를 하겠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안정된 당정관계를 이뤄내야만 국민의 불안과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며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의 정책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당이 최대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전당대회인 만큼 당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고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주안점을 담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비전과 대안, 민생의 토론을 이어가겠다”며 “네거티브와 비방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근 당대표 선거에서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를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를 무너뜨린 ‘배신자’라며 공세를 펴고, 한 후보는 이같은 공세가 ‘공한증(한동훈 공포증)’이라고 맞서고 있다. 전날엔 한 후보가 22대 총선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 관련 사과 의향을 밝힌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정 경선’을 다짐한 후보들은 서약식이 끝난 후 다시 다른 후보를 향한 비방을 이어갔다. 원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함으로써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쳐 선거를 망치는 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선거 백서를 바로 우리가 공개하자”고 말했다.
나 후보는 “언론에서 사적인 대화라고 운운하는 것을 봤는데 김 여사의 문자를 사적인 대화라고 하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핵심당사자의 이야기를 무시했다는 것은 매우 미숙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도 “사적·공적인 관계라는 식으로 구분할 필요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관계”라며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문자를 다섯 차례나 씹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오히려 김 여사와 차별화를 하려고 그런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약식 후 별도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후보 측 신지호 캠프 상황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전당대회에서 왜 이런 게 핫 이슈가 돼야 하는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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