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갈등이 살인미수로… 법원 "일 때문이면 산재"

최다원 2024. 7. 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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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다툼이 잦았던 부하직원이 상사를 살해하려 한 사건이 벌어졌다면, 그로 인한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을까.

업무적으로 충돌 가능성이 있는 관계에서 감정적 마찰이 발단이 돼 발생한 범죄 피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업무와 이 사건에서 발생한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A씨와 가해자 간 사적 감정이 범행의 주된 원인으로 보이며, 사건 자체가 업무 종료 후 사적 공간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근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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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후에 숙소에서 발생했어도
"직무 내재된 갈등이 원인" 인정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홍인기 기자

평소 다툼이 잦았던 부하직원이 상사를 살해하려 한 사건이 벌어졌다면, 그로 인한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을까. 업무적으로 충돌 가능성이 있는 관계에서 감정적 마찰이 발단이 돼 발생한 범죄 피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사망한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보험급여결정 불승인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무와 이 사건에서 발생한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2021년 한 건설자재 회사에 입사해 로우더(굴착기) 상차와 장비 관리 업무를 맡았던 A씨는 이듬해 굴착기팀 작업반장으로 진급했다. 가해자 B씨는 A씨보다 1년 늦게 굴착기 기사로 입사했다.

사건은 지난해 3월 있었다. B씨는 업무가 끝난 후 회사 숙소로 향하는 A씨의 뒤를 밟아 25㎝짜리 날카로운 공구로 A씨 얼굴을 수차례 찔렀다. A씨는 안면 골절, 지주막하출혈, 뇌손상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고, B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올해 2월 결국 숨졌다.

A씨 측은 이 피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B씨가 A씨의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고 다른 직원들과 다툼을 벌이는 등 갈등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사건 당일에도 모욕적인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재해와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절했다. A씨와 가해자 간 사적 감정이 범행의 주된 원인으로 보이며, 사건 자체가 업무 종료 후 사적 공간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근거를 들었다. A씨가 B씨를 도발해 범행 발생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고 봤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직장 내 인간관계나 직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해 발생한 사건으로 분석했다. 재판부는 "직무 성질상 원고의 업무엔 기사들과의 감정적 마찰의 가능성이 있다"며 "A씨와 가해자 사이에 업무 외적인 이유로 다툼이 있었다고 볼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에게도 사건 발생의 책임이 있다는 공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제3자의 관점에서 보면, B씨는 상급자의 지시에 불만을 제기하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냈다"며 "한 차례 욕설 문자를 제외하고 A씨는 정당한 조언의 범위 내에서 언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물리쳤다.

형사재판에 넘겨진 B씨는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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