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일본해로…반복되는 OTT 오역 '짜증'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7. 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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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 콘텐츠들에서 한국의 문화 요소에 대한 자막 오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OTT의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급되는 만큼 비주류 문화권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OTT들은 이전에도 한국 콘텐츠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여러 차례 표기했다.

전 세계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글로벌 OTT가 다양한 국가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동양 등 비주류 문화권의 시청자들을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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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드라마 '더 에이트 쇼'
스페인어 자막서 '일본해'
'사냥의시간' 등서도 오류
넷플 예능 '슈퍼리치 이방인'
김치를 라바이차이로 오역
광주폭동·이씨조선도 논란
드라마 '더 에이트 쇼'의 스페인어 자막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장면.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글로벌 OTT 콘텐츠들에서 한국의 문화 요소에 대한 자막 오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OTT의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급되는 만큼 비주류 문화권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슈퍼리치 이방인'은 중국어 자막에서 김치를 라바이차이(중국식 매운 채소 절임)로 오역해 표기했다. 한국 문화와 중국 문화를 구별하지 않은 성의 없는 번역을 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 일부 개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에서 정한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는 '신치'(辛奇)다. 한국 홍보 활동을 하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넷플릭스인 만큼 즉각 항의 메일을 보냈다"며 "중국의 '김치 공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큼 이런 상황은 중국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빨리 시정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드라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2021)의 중국어 자막에서도 김치를 파오차이(채소를 염장한 중국식 절임)로 오역했다.

넷플릭스의 오역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김치가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음식이기 때문이다. 비주류 문화권의 어떤 문화 요소가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대다수가 그것이 뭔지 모를 경우 불가피하게 다른 어휘로 표현할 수 있지만 김치는 그런 사례가 아니다. 해당 오역은 넷플릭스가 동양의 두 나라인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하나로 뭉뚱그려 취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주류 문화권의 사람들을 격분하게 하는 번역도 이뤄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 공개한 '더 에이트 쇼'의 스페인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 한국 콘텐츠의 외국어 자막에서 한국인들이 불쾌해할 번역을 한 것이다.

글로벌 OTT들은 이전에도 한국 콘텐츠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여러 차례 표기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2020)의 독일어·헝가리어·폴란드어·스페인어 등 6개 언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썼고, '하백의 신부 2017'의 넷플릭스 프랑스어 자막에서도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됐다. 지난해 애플TV가 스트리밍한 드라마 '모나크: 레거시 오브 몬스터즈'도 동해를 '일본해'로 썼다.

한국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번역도 이뤄지고 있다. 넷플릭스 일본은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의 소개 글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暴動)이라고 설명했고, 넷플릭스 대만은 드라마 '킹덤'의 제목을 조선을 비하하는 표현인 '이씨조선'에 좀비를 뜻하는 주검 시 자를 넣어 '이시조선(李屍朝鮮)'으로 이름 붙였다.

글로벌 OTT에서 엉뚱한 번역이 계속 이뤄지는 것은 비주류, 소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류 문화의 입장에서는 김치와 라바이차이를 구별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동해 표기에 대한 한일 간 갈등, 한국의 민주화운동 등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전 세계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글로벌 OTT가 다양한 국가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동양 등 비주류 문화권의 시청자들을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비자가 전 세계 사람들인 데다 여러 문화권의 콘텐츠가 제작·제공되는 만큼 소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지 않으면 이들 문화권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 서경덕 교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면 한 나라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일일활성이용자수(DAU)가 1월 307만명에서 5월 235만명으로 크게 감소(모바일인덱스 기준)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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