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정말 미친 듯이 해"...귀족영업 논란에 대처한 '서진이네2'의 세련된 해법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4. 7. 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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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전략적 처방 확실해 통했다(‘서진이네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예능이 워낙 격변하다보니 과거 찬란했던 가족 예능의 필요성과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심지어, JTBC는 잊힌 가족 예능을 새로운 가치로 꺼내들었다. 그런데 사실상 10여 년째 우리 일상에 자리한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족 예능이자 과거 칭했던 '국민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오프닝에 나온 그대로 10년째다. 정선을 시작으로 프로그램 이름은 종종 바뀌었지만 이서진과 나영석 PD는 그리울 때쯤 반가움과 익숙한 기대를 안고 찾아온다.

내용 측면에서도 나영석 사단의 예능은 가족적인 예능이다. 정서적, 구조적으로 이들의 캐릭터 플레이는 언제나 유사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커뮤니티 구축에서 나온다. 주로 노동을 함에도 고되고 치열한 일상이 아니라 낭만이 피어나는 건, 일상의 흔적이 없는 동화 속 같은 이국적인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서진이네' 또한 함께한 세월과 구성원의 면면을 볼 때 '가족적'인 회사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나영석 사단은 글로벌하게는 BTS부터 압도적인 내수용 카드인 임영웅까지 품어 안았으니 사실상 우리 시대의 온가족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윤식당>의 계보를 잇는 <서진이네2> 또한 내려올 필요가 없는 이 궤도 위에서 달린다. 물론 안 본 그림이라든가, 모르는 내용이 없다. 요리를 배우고 익히려 노력한다. 일상의 노동을 경건히 열심히 하며, 마지막으로 국뽕 한 스푼을 넣는다. 대신, 달라지는 건 매번 잘 닿지 않는 곳, 예상하지 못한 지구촌의 어딘가에 깃발을 꽂으며 로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아는 맛으로 찾는 맛집이며 빌런만 달라지는 마동석 영화 같은 거다. 역시나 꽤 압도적인 시청률로 시작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기대와 사랑을 받는 콘텐츠임을 이번에도 증명해냈다.

이번 시즌2의 흥미로운 점은 피드백이다. 점잖은 교양인들이라 그런지, 직접 언급은 안 하지만 무척이나 성공적인 시즌1의 유일한 흠집인 귀족영업 논란에 대한 답을 갖고 왔다. 그러니까 진짜 장사가 아님에도 힘들다는 불평이 많고, 안 그래도 근무 시간이 짧은데 영업일 수를 줄이면서 보여준 장사 밖의 이야기들이 나온 배경이 낯설거나 불편하다는 이야기에 대한 변론이 아닌 보완책이다.

아마도 시즌1은 처음 사장이 된 이서진의 캐릭터를 부각하고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 수익 우선주의를 천명했던 것 같다. 이서진 캐릭터 그대로 밀어붙이고, 뷔의 합류로 힘이 실린 MZ 인턴들이 이에 대응하는 구도로 재미를 뽑고, 서사 측면에선 이들 사이가 좁혀지는 과정을 그려보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래서 전반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도식적이라 뻔하기도 하고, 그렇게 좁히는 과정의 사건들이 별스럽지 않다보니 '고단함'의 반복이 설득력이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서진과 뷔와 최우식의 톰과 제리식 대립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가장 접점이 없는 개국공신 정유미의 불가피한 희생이 따랐다.

시즌2는 큰 변화 없는 구성에 똑같은 재미를 갖고 가면서, 이 부분을 조율해서 나온 게 흥미롭다. 프로그램 내 언급된 김성근 감독처럼 나름의 전략적 처방을 내린다. 유일한 새 얼굴로 고민시가 합류한 건 그래서 상징적이다. 비록 아직은 이서진이 모를 정도지만, 이번엔 생활력과 사회경험이 또래에 비해 무척 풍부한 여배우 인턴을 섭외해 소외되었던 정유미도 구원하고 열심히,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분위기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인 '손님이 왕이다'를 천명하고 메뉴를 간결하게 줄인 것은 다른 그림들과 곁가지 서사를 정리하고 다시 식당 사람들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매일매일 헤드 셰프를 새롭게 내세우는 책임제도는 달라질 시즌2를 책임질 필승 전략이다. 지난 시즌의 불편한 지적을 일거에 종식시킬 수 있는 책임제를 통해 누구나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판을 짜고, 열심히 하는 모습과 그 진정성을 시청자들에게 재밌는 방식으로 설득하고자 한다.

한식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윤식당>을 하던 때와 지금 K-문화와 한식의 위상과 인지도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그러니 식당 안으로 시선을 돌릴 때도 때마침 됐다. 메뉴 자체를 간결하게 만들어 주방과 홀 인원을 순환해 그림을 다양화한다. 헤드셰프 제도 하에 각자의 주전공 메뉴를 오늘의 메뉴로 내세운다. 지난 시즌에 비해 근무 시간이 대폭 늘었지만, 목적의식이 책임에서 출발하다보니 별다른 불만도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고민시의 합류로, 정유미에게도 새로운 서사의 기회와 관련한 서브플롯의 가능성이 생겼다. 늘 하던 거 같지만 이런 포인트들이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 늘 잘 되는 이유다. 수많은 식당 시리즈 중에 이들의 콘텐츠가 여전히 큰 기대와 사랑을 받는 이유다. 늘 좋은 사람들을 모으고, 늘 하던 거에서 작은 움직임 하나로 효과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과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여러 수치와 화제성 모두 반응이 좋다. 시즌1의 기대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불편함에 대한 피드백도 정면대응이 아닌 세련된 태도로 해냈다. 오픈 전 세간의 관심사였던 JTBC와의 대결은 막상 결과가 나오니 언급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제는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면서 마련한 변화들이 시즌2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지켜볼 일이 남았다. 올림픽 봉화처럼 10년째 타오르는 로망을 또 다음 시즌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캐릭터들은 어떤 성장과 세월을 시청자들과 공유할지, 후반부가 늘 처지는 팝업 스토어 예능을 이번엔 어떻게 끌고 갈지, 멀고 먼 아이슬란드까지 날아간 이들은 이번에도 꽤 반갑고도 흥미로운 초대장을 보내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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