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야만 했던 주방 파이프 위풍당당한 '뿔'로 돋아나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7. 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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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전시장에 뿔이 돋아났다.

주방의 벽 속에 매립돼 있을 법한 금빛·은빛 파이프가 반으로 갈라져 걸려 있는데 그 모양이 묘하게 사슴뿔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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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갤러리 설치 작가 3인전
'프리즈 어워드' 수상 최고은
문이삭·현정윤 신작 선보여
최고은 'Trophy Brass Pipe'. 지갤러리

순백의 전시장에 뿔이 돋아났다. 주방의 벽 속에 매립돼 있을 법한 금빛·은빛 파이프가 반으로 갈라져 걸려 있는데 그 모양이 묘하게 사슴뿔과 닮았다. '트로피' 연작은 서부 영화 속 오두막에 걸려 있을 법한 사슴 박제, 즉 헌팅 트로피를 은유했다.

문이삭·최고은·현정윤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Whimsical Whitespace'가 7월 20일까지 서울 청담동 지갤러리에서 열린다. 남다른 개성을 뽐내는 조각들은 비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최고은 작가는 지난달 24일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프리즈 서울에서 솔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인 최 작가는 금속 파이프를 마치 떡 주무르듯 변형한 작업 10여 점을 걸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최 작가는 "늘 소재에 관심이 많았다. 파이프는 벽 속이나 이면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우리에겐 노출되지 않는다. 산업적 효율성의 상징인 이 소재를 절개하고 구부리고 펼쳐서 조각가의 힘을 더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전리품인 헌팅 트로피와 생활에 필수적인 도구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이삭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공간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재발견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바위 덩어리처럼 보이는 육중한 조각들이 산재해 있다. 인왕산의 흙을 가져다 바위 형태로 주물러 가마에서 1260도로 구웠다. 갈라지고 부서진 흔적이 그대로 남아 물질성을 드러낸다. 문 작가는 "등산을 가니 유명 바위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더라. 바위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로워 직접 빚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정윤 작가의 조각은 마치 신체의 장기를 손으로 빚은 것 같다. 실리콘 조각은 피부처럼 분홍빛을 띠고 목욕탕 의자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보이지 않지만 공간 안에서 작동하는 힘의 관계를 표현해낸 조각이다.

지갤러리는 "현실의 비틀어진 틈에서 새로운 모습과 장면을 발견하는 상상으로 마주한 이 엉뚱하고 기발한 공간들은 관습적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와 기능에 대해 낯선 시선을 던지게 한다"고 세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들을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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