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일파만파…與 내부도 “비전 대신 공방” 우려
황우여 “당내서도 공방 격화에 걱정”…서병수 “동지 공격 대신 화합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간 공방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한동훈 후보가 지난 총선을 지휘하던 중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사과' 문자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쟁 후보들은 "충격이다" "사과하라"며 공세를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이에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중진들도 "비전 대신 공방이 난무 중"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황우여 위원장은 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해당 공방들로 인해 후보 간 신경전이 거칠어지는 분위기에 대해 "전당대회 후보 간 공방이 격화된다고 당내에서도 걱정들을 하고 있다"며 "저도 당연히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후보들도) 정치적 공방 대신 (당에 필요한) 미래 의제와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도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요즘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서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동지를 공격하는 모습이 아니라 당의 화합을 도모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으로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으시길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서 위원장은 "주위로부터 많은 걱정의 소리를 저희가 듣고 있다"며 "언론과 SNS로 후보들에 대한 비방이 상호 확산하고 있다는 점, 이런 상황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는 위대한 국민의힘을 만들어야 할 동지들임을 우리 스스로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언급한 '분위기 과열' 상황은 최근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등이 '배신자' 프레임 공세를 퍼붓는 상황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한 후보는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22대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가 당을 위한 차원에서 본인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보낸 문자를 무시했단 의혹도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앞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지난 1월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냈던 텔레그램 문자의 내용을 입수했다며 그중 일부 내용을 발췌해 재구성 후 공개했다. 해당 문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한 위원장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 실장은 "문자 내용이 긴데, 사적인 부분과 부적절한 내용도 좀 있어서 핵심 내용만 정리해 분석한 것"이라며 "문제는 한 후보가 이 문자를 우리 흔한 말로 '읽씹'했다는 것이고, 굴욕적인 저자세로 정중히 문자를 보낸 김 여사 입장에서 굉장히 모욕을 느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한 후보 캠프도 곧장 공지를 내고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도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조찬 직후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공개된) 문자도 재구성되어 내용이 조금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의 입장이 나오자 원 후보는 곧장 맹공에 나섰다. 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후보의 답을 "충격적 발언"이라고 규정하며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동훈 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며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도 곧장 페이스북을 통해 가세했다. 그는 "한동훈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다 같이 망하는 전당대회를 멈추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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