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400년 반목을 녹이는 하얀 거품’ 페데리코 파테니나 까바 브뤼

유진우 기자 2024. 7. 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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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스파클링 와인의 계절이다.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많다. 그중에서도 강렬한 탄산과 함께 시원함을 주는 스파클링 와인 한잔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입안에서 터지는 거품을 즐기기 위해 스파클링 와인을 찾는다.

흔히 거품이 나는 와인을 두루 묶어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마다 들어가는 포도 품종이 다르다. 부르는 언어도 저마다 차이가 있다.

가장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샴페인(champaign)이다. 샴페인은 기념일에 멋지게 따 마시는 고급 와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spumante)와 프로세코(prosecco)가, 독일에선 젝트(zekt)가 유명하다.

스페인에도 까바(cava)라는 대표 스파클링 와인이 있다. 까바는 스페인 북부 카탈루냐 지방 말로 와인저장고 카브(cave)를 뜻한다.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 까바는 가난한 자의 샴페인이라 불린다. 그만큼 부담 없는 가격에 품질은 그에 못지않은 와인이라는 의미다.

까바는 제조 공정은 샴페인과 거의 비슷하다. 병 모양이나 와인 겉면을 어렴풋이 봐서는 어지간한 와인 애호가가 아닌 이상 샴페인인지, 까바인지 구분할 방법은 많지 않다. 생산지 명, 혹은 품종명을 뚫어지게 봐야 한다.

샴페인은 화이트 품종 샤르도네와 레드 품종 피노누아, 피노 뫼니에를 사용한다. 반면 까바는 스페인 토착 화이트 품종 마카베오(macabeo), 자렐로(xarello), 파렐라다(parellada)로 빚는다. 파렐라다는 크림 같은 질감과 묵직함, 마카베오는 바삭하고 신선한 산미, 자렐로는 우아함을 와인에 더해준다.

그래픽=정서희

숙성 기간도 차이가 있다. 까바는 최소 9개월을 숙성해야 까바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1년 이상 숙성하는 샴페인보다 다소 숙성기간이 짧다.

일부 고급 까바는 더 오래 숙성하기도 한다. 까바 리제르바(Cava Reserva)는 최소 15개월, 까바 그란 리제르바(Gran Reserva)는 최소 30개월 이상 숙성해야 한다. 까바는 보통 연간 약 2억5000만병을 만드는데, 이 가운데 9개월을 익힌 일반 까바가 열에 아홉이다. 전체 생산량에서 까바 리제르바는 10%, 까바 그란 리제르바는 2% 남짓 차지한다.

대체로 까바는 청량한 과일 향이나 신선한 맛을 내세운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까바 가격은 보통 10달러(약 1만2000원) 안팎이다. 병당 25달러를 넘는 샴페인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까바가 나오는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경제에서 약 20%를 책임지는 부유한 지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 본거지기도 하다. 이 지역은 17세기 중반 이후 400년이 넘도록 독립을 주장했다. 2021년에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현 정권에서 독립을 시도했다.

페데리코 파테니나는 1896년 라 리오하라는 지역에서 시작한 와이너리다. 리오하는 스페인 최대 와인 산지다. 카탈루냐보다 마드리드가 속한 카스티야 이 레온 지역에 가까워 굳이 정치 성향을 나누자면 역사적으로 반(反) 카탈루냐파에 속했다.

하지만 페데리코 파테니나 와이너리는 과거 감정과 상관없이 카탈루냐 지방에 까바 전용 양조장을 따로 두고 까바를 만든다. 2014년 스페인 대형 와인 기업 마르케스 데 라 콘코르디아(Marques de la Concordia)가 이 와이너리를 인수하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 뚜렷해졌다.

이 와이너리는 스페인에서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와이너리로도 명성이 높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30년대 스페인 내전 취재차 스페인을 방문했다. 스페인 내전은 스페인 전역이 좌우 이념과 지역·세력 별로 나눠 싸우던 전쟁이다. 그는 스페인 내전 당시 미국 50개 주요 일간지 발행사로 짜인 북미신문연맹 소속 종군기자 자격으로 이 전쟁을 취재했다.

당시 헤밍웨이는 페데리코 파테니나 와인을 맛보고 직접 기록을 남겼다. 페데리코 파테니나에서도 헤밍웨이를 위해 공식적으로 그를 위한 특별 와인을 내놨다.

페데리코 파테니나가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 까바 브뤼는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스파클링 와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입사는 신세계엘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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