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끝날까…조현문 "화해 원해" vs 효성 "실질적 방안 고민"

이성락 2024. 7. 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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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언급하며 지분 정리 요구한 조현문 전 부사장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 마련된 기자간담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강남구=이성락 기자] '형제의 난'을 일으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지분 정리'를 전제로 한 '화해'를 요청한 가운데, 오랜 기간 이어진 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동생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의 갈등이 추후 완전히 봉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일단 가족 화합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효성그룹은 5일 오후 화해 내용을 포함한 조현문 전 부사장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9일 별세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통해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다.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이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님의 장례가 끝난 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 생존해 계신 어머니(송광자 여사)께 말 한마디 없이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되면 찾아뵙는다고 얘기한 것은 실망스럽다"며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가족 간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해 요청을 당장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뜻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속 재산 모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다"며 "지금까지 저에게 벌어진 여러 부당한 일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현문 전 부사장은 "효성 경영권에 전혀 관심이 없다.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계열 분리를 언급했다. 사실상 매각이 쉽지 않은 조현문 전 부사장의 비상장사 지분을 형제들이 매입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지난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발인이 엄수된 가운데 조현준 회장(오른쪽)과 조현상 부회장(가운데) 등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더팩트 DB

조현문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인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회사를 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가진 지분을 공정거래법에 맞게 (처분) 해야 한다"며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법인이 몇 개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지분이 아니니 형제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이 '친족 계열 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상장사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동륭실업 지분 80%, 효성토요타 20%, 효성TNS 14.13%, 더클래스효성 3.48%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 회사 신동진과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도 10%씩 보유 중이다.

재계는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지분 정리 요청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받아들일 것인가에 따라 갈등 봉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효성그룹은 계열 분리, 지분 정리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추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화해를 수단으로 지분 정리를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는 판단을 내릴 경우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조현문 전 부사장은 화해의 손을 내밀면서 '법적 대응'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형제들과 효성이 제 진심 어린 요청을 거절하고 명확히 답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제게 주어진 법적 권리를 포함해 제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조현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효성그룹을 떠났다. 그러나 이듬해 조현준 회장과 효성 주요 임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조석래 명예회장과도 갈등을 빚었다. 이후 조현준 회장은 2017년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는 협박을 당했다며 조현문 전 부사장을 맞고소하는 등 사실상 의절을 선언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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