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만들어낼 새로운 연결[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11)

2024. 7. 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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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같이 할 사람, 젤리 판매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AI 에이전트 / 이경전 제공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Meta)의 수석 AI 과학자 얀 르쿤은 모든 상호작용이 인공지능(AI)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AI가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시대가 오리라는 것이다. 여러 소개팅을 해봐도 만족스러운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한 어떤 여성이 AI에다 말한다. “난 내 남자친구가 이런 사람이면 좋겠고, 저렇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이런 것은 내가 양보할 수 있어” 등. 그러면 AI가 어떤 남자친구 후보를 연결해줄 수도 있다. 그 남자도 AI에게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나는 이런 남자친구를 원하는 여성을 만나면 좋겠어. 이런 것은 싫어하는 여성, 이런 것은 없어도 된다는 여성이면 좋겠어.”

남녀 매칭은 물론 구직 등도 AI가 ‘척척’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서로 잘 찾고, 원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잘 만나게 해주는 역할을 AI가 하게 될 것이다. 남녀 간의 연결뿐만 아니라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거나 환자가 의사와 병원을 찾는 일, 구매자가 판매자와 제조자를, 판매자가 구매자와 제조자를, 제조자가 구매자와 판매자를 찾는 일들에 사용될 것이다. 현재 구인·구직은 전문 사이트에서, 남녀 매칭은 데이팅 앱이나 결혼정보회사에서 전문적으로 하고 있지만, 경계가 점차 사라질 것이다. 현재 AI의 수준으로도 이러한 매칭은 충분히 빠른 시간에 대규모의 일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나 사업자에게 연락하려면 전화번호부에서 전화번호를 찾거나, 114에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했지만, 최근 25년은 검색엔진이 역할을 했다. 예전엔 친구네 집에 가게 되면 사진 앨범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생겨서, 친구 집에 가서 앨범을 보는 느낌을 온라인에서 경험하고 있다. 친구뿐만 아니라 유명인의 일기나 앨범을 보는 즐거움까지 생겼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기도 하고,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주고받다가 만나서 친구나 애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 지난 25년간 디지털 세상이 준 새로운 연결이었다. 이제 챗GPT(ChatGPT)와 같은 강력한 성능의 AI는 인간들이 서로 만나는 과정을 변화시킬 것이고, AI 기술로 새로운 소셜 미디어가 나오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1996년 9월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94년 7월 5일 아마존이, 미국 워싱턴주 벨뷰시에 있는 제프 베이조스의 창고에서 창업했다. 당시 앞으로 거의 모든 것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믿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30년이 지난 이제, 앞으로 거의 모든 것은 AI의 도움을 받아 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프라인 상점이 온라인 상점으로, 또 모바일 앱을 통한 구매로 전환해온 것처럼 앞으로는 AI와 대화를 하는 형태로 연결이 일어날 것이다.

30년 전에도 기존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상점이 온라인화돼 잘 적응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존, 이베이, 쿠팡 등은 기존의 기업이 디지털로 전환한 경우가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꾼 경우다. 한국의 경우도 GS홈쇼핑, 신세계, 이마트 등 오프라인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기존의 자기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는 새로운 모델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했다. AI 시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존의 아마존, 이베이, 쿠팡은 AI를 사용하기는 하겠지만,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 새로운 방식의 상거래를 창출해 나갈 것이다.

여러 택시 호출 앱을 구동시켜 그중 가장 좋은 조건의 택시를 선택해주는 AI 에이전트 / 이경전 제공



플랫폼 경제도 AI 에이전트 경제로 이동

현재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AI 에이전트 비즈니스 모델로 변화할 것이다. 기차역에는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에서 승객이 기다리면, 기차가 도착해서 승객을 태우고 떠나는 곳이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만들어놓으면, 그곳을 이용할 기차와 그곳을 이용할 승객이 만난다. 열차는 시간을 지켜 출발하고 도착해야 하고, 승객은 표를 구입하고 승차해야 한다. 역과 기차의 직원은 승객의 행동을 점검하는 동시에 승객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도록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정시에 승객이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상거래 플랫폼에서 제품 판매자, 택배사, 플랫폼 회사가 협력하는 것과 유사하다. 플랫폼은 판매자, 구매자, 배달업자들을 한곳에 모아 관리함으로써 이들의 거래 비용을 줄여준다. 구매자가 판매자를 찾는 비용을 줄이고, 판매자가 구매자를 찾는 비용도 줄인다. 그 비용을 줄여주는 만큼의 가치를 플랫폼 기업이 수익으로 가져가게 된다. 처음엔 사회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므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칭찬을 받지만, 구매자가 많은 플랫폼에 판매자가 몰리고, 판매자가 많은 플랫폼에 구매자가 몰리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함에 따라 1등 플랫폼만이 살아남는 승자 독식의 문제가 나타난다. 이러면 판매자나 배달업자들은 사업이 플랫폼에 종속돼 수수료 인상을 피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러한 수수료 인상은 구매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되고, 구매자 역시 독점 플랫폼을 피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AI 에이전트가 곳곳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AI 에이전트들은 AI 에이전트 플랫폼과 연결될 수도 있겠다. AI 에이전트 플랫폼은 가입자들이 사람들뿐만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현재 웹사이트나 앱에 가입할 때는 가입자가 사람인지를 조사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아니면 가입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사람인지 AI인지 차별 없이 가입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진짜 사람들은 자신의 사적인 AI 에이전트들과 대화한다. AI 에이전트는 주인의 상태를 대화와 센서로 감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다른 AI 에이전트와 대화를 통해 교통수단을 예약하기도 하고, 서비스와 제품을 주문한다. 사업자들은 자기를 대표하는 AI 또는 사람 에이전트가 여러 다른 AI나 사람 에이전트와 소통하면서 영업을 하게 한다.

하렉스인포텍 사용자중심AI연구소는 카카오택시나 우티, 아이엠 등 여러 택시 호출 앱을 호출하는 AI 에이전트를 구현했다. 사용자가 가고 싶은 곳을 말로 이야기하면, JJ(JarvisJust·자비스 저스트)라 불리는 AI 에이전트가 택시 앱들을 열어 동시에 택시를 호출한다. 그중에서 먼저 택시가 잡히면, 아직 택시를 잡지 못한 앱들의 호출은 취소한다. 동시에 2개 이상이 잡혔으면, 가장 조건이 좋은 택시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취소할 수 있다. 이렇게 AI 에이전트는 플랫폼 간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강력한 AI의 등장으로 플랫폼 경제는 AI 에이전트 경제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 응용학과·첨단기술 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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