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원 앤 온리'의 이유..."오래도록, 곁에 있겠다" (BIFAN)
[Dispatch=이명주기자] "배우 특별전이라니,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네요. 존경하는 선배들 뒤를 이어 개최하게 돼 감개무량합니다."(손예진)
말 그대로 '원 앤 온리'(One And Only)다.
데뷔하자마자 '멜로퀸'이라 불렸다.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 순수한 듯 상념에 잠긴 눈빛. 청순가련 여배우의 등장에 충무로가 열광했다.
해사한 반달 미소가 몰입을 더했다. '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한국을 대표하는 멜로 영화들을 다수 배출했다.
손예진이 택한 다음 스텝은? 도전, 또 도전이었다. 멜로퀸에만 머물지 않았다. 도발적인 연애 고수(작업의 정석), 2명의 남편을 둔 아내(아내가 결혼했다), 호쾌한 해적(해적: 바다로 간 산적)까지 얼굴을 갈아 끼웠다.
다양한 장르를 오갔다. 어두운 과거가 있는 재벌 약혼녀(백야행), 광기에 휩싸인 정치인 아내(비밀은 없다), 조국을 잃어버린 황녀(덕혜옹주)가 됐다. 끊임없이 변주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래서일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올해 배우 특별전으로 손예진을 택했다. 지난 23년 내내 부딪히고 돌파했다. 다른 역할을 하고 싶어 몸부림쳤다. BIFAN이 계속해서 혁신과 진화를 거듭한 것처럼.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측이 5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예진이 자리했다.
모처럼 영화제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손예진은 지난 2022년 11월 첫 아들 출산 후 약 2년 동안 육아에 매진해왔다.
그는 "결혼과 출산을 해본 분들은 너무 잘 알겠지만 다른 세계다. 2년 가까이 아이 키우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웃었다.
"전에는 일이 전부였고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거든요. 요즘은 (아이가) 이유식 한 끼만 잘 먹어도 너무 행복해요. '오늘 하루 무사히 끝났다' 하는 거죠. 그만큼 다른 세상의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 부제는 '독.보.적. 손예진'. 그는 지난 23년간 한국 영화의 현재를 이끌었다. '독보적' 매력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했다.
손예진은 "'독보적'이라는 수식어를 들었을 때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한 번쯤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라고 고백했다.
"독보적인 배우가 너무 많잖아요. 그분들을 이 무대에 다 부르면 모자랄 정도죠. (굳이 얘기하자면) 내 색깔이 조금 독보적이라는 거? 아직도 황송하고 스스로는 잘 모르겠어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뒤를 이었다.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 설경구, 최민식 다음으로 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것. 6번째 배우 특별전을 열게 됐다.
처음 제안 받았을 때만 해도 선배들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그런 필모그래피와 나이와 역량이 될까' 의심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해도 되는 배우인가' 싶었는데 다시 생각하니 저도 나이가 먹었더라고요. (웃음) 존경하는 선배들에 이어 특별전을 개최합니다. 정말 영광이고 감개무량 합니다."
배우 특별전을 통해 손예진의 다채로운 연기 세계를 만난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등 출연작 6편이 상영된다.
다채로운 얼굴을 펼쳐내고 싶었다. 그는 "초반에는 멜로 작품이 많았는데 장르적으로, 캐릭터적으로 다양한 역할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작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기를 시작한) 당시에는 여배우 이미지가 한정적이었어요. 슬프고 가련한 느낌의 작품들이 많았죠. 그 이미지로만 국한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정지영 조직위원장이 곽재용 감독(클래식)의 평가를 빌려 부연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청순함과 슬픔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결코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배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한참 고민했다. 손예진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열심히, 연기 잘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 아닐까" 하고 되물었다.
"항상 많은 분들에게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하는데 어떤 정의를 내려야 할까 싶네요.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울림을 주고 마음을 달래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 아닐까요?"
추후 작품 활동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챕터 2'라고 표현했다. "(배우 특별전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더욱 더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뭣도 모를 때 이혼녀도, 아이 엄마도, 2명의 남편도 가져봤잖아요. 같은 영화를 찍는다면 다르게 연기할 것 같아요. 어떤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배우로서, 인간 손예진으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늘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항상 급하고 혼자 고군분투했다. 근데 길게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손예진은 "'흥행이 안 되면 어쩌나' 스트레스와 책임감이 많았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자주, 길게 연기하고 오랫동안 여러분들 곁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굉장히 치열하게 달려왔습니다. 앞으로도 정말 열심히 일을 할 건데요.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던 이전과 달리 좀 더 여유롭게 연기하고 싶습니다."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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