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연애', 선 넘으니 시청자들은 '열광'
사주·타로·신점 등 대중 친화적 소재 영향 커
연애 리얼리티 유사물들과 확연한 차별점
SBS 새 예능 '신들린 연애'가 연애 프로그램 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중이다. 무당들의 연애가 지상파로 다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베일을 벗은 출연자들의 모습은 꽤 흥미롭다. 샤머니즘과 연애, 교집합이 없는 이 두 단어가 의외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왜 대중은 '신들린 연애'에 매력을 느낄까.
지난달 18일 첫 방송된 SBS '신들린 연애'는 남녀 8명의 MZ 점술가들이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점쳐주는 상대가 타인에서 자신으로 바뀌었다는 점, 운명과 본능적 이끌림 사이의 딜레마 등이 국적 불문 흥미를 유발하는 시청 포인트로 꼽히며 인기를 끌고 있다.
1회에서 출연자들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서로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로 오로지 생년월일, 오행과 십이지신이 적힌 운명패만 보고 상대를 사전 선택했는데 운명패의 상대를 맞히거나 자신의 미래를 점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는 분명 그간의 연애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여기에 무속인들의 연애이다 보니 데이트를 하다가도 샤머니즘의 일환을 엿볼 수 있다. "간식 하나 사줘요. 우리 동자(신) 주게", "(신이 반대하면) 할머니에게 빌어봐야죠" 등 기묘한 장면들이 그 일환이다.
연애 예능인 만큼 가장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2개월간 1,500명 이상의 무속인들과 접촉했고 지금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신들린 연애' 방영 직후 시청자들 간 입소문이 점차 나기 시작했다. 이후 2회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2049 시청률 1.2%로 전체 채널 1위, 순간 최고 가구시청률 3%로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 중 가구시청률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7개의 영상 중 조회수 20만 회 이상 1편, 10만 회 이상 3편에 이르고 있으며, 선공개 영상 또한 10만 회를 훌쩍 넘겼다.
해외 인기는 더 뜨겁다. 아시아 최대 범지역 동영상 플랫폼 뷰(VIU)를 통해 공개돼 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심상치 않다. 국가별 뷰 공식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 등에서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예능프로그램 부문 1위, 전체 프로그램 4위를 기록하며 방송 2회 만에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올해 초 '파묘'의 흥행으로 오컬트 장르는 단순히 마니아층 안에서만 소비되고 있다는 공식이 깨졌다. '파묘'는 오컬트 장르 사상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개봉 40일 만에 1,100만 관객을 돌파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 됐다. 특히 젊은 세대 내에서 샤머니즘에 대한 소비 문화가 유행을 떠나 일상에 가까워진 현 세태가 '신들린 연애'의 유행을 도왔다. 미스터리나 오컬트, 또 사주나 타로 등은 이제 젊은이들이 즐기고 향유하는 놀이 문화가 됐다.
사실 지상파인 SBS 입장에선 '하이 리스크' 소재에 가깝다. 샤머니즘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자칫 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시청자는 "지상파에서 이런 미신을 방송하다니 비교육적이다" "연애 리얼리티인데 다큐멘터리 보는 기분"이라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가령 MBC '심야괴담회'의 경우 미신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과거 인문학자나 과학자 패널을 섭외하기도 했다. 이는 괴담을 분석하면서 전문적인 지식까지 전달하는 장치다.
이처럼 '신들린 연애'가 대박 예능의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 방송 관계자는 본지에 '신들린 예능'이 갖고 있는 희소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면서 새로운 소재가 나오기 힘든 제작 환경에 놓였다. 이는 지상파 채널들 역시 마찬가지다. 수위나 소재 부문에서 일정 선을 지키고자 했던 지상파 채널에서도 여러 장르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피지컬100' '피의 게임' 등에 이어 '신들린 연애'까지 탄생하게 됐다"라고 짚었다.
이어 "'신들린 연애'는 '무당들의 연애'란 신선한 키워드도 있지만, 인물을 탐구하는 이뤄진 방식으로 크게 호응을 얻었다. 이는 교양, 다큐멘터리에서 이뤄지는 형식으로, 역술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게 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를 이루다 보니 오히려 대중은 기본으로 돌아가 순수한 호기심을 이끄는 소재나 콘텐츠를 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두 상황이 맞물리며 '신들린 연애'가 연애 예능 시장 안에서 자리 잡은 걸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연애 예능이 더 이상 진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던 시점에 등장한 '신들린 연애'는 기존 접근하지 않았던 장르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외면을 확장시키면서 프로그램의 재미는 더욱 고조됐다. 과연 '신들린 연애'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디까지 입지를 쌓을 수 있을까.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한 예능 '신들린 연애'를 지켜보는 이유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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