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 블랙박스 영상 분석해 보니… 3초간 가속페달 6번

“급발진 확증편향에 착각할 수 있어”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발생한 사고 차량. /뉴스1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내 9명을 숨지게 한 고령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급발진 주장 사고의 원인이 페달 오조작이었다는 분석 결과가 공개돼 관심이 집중된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는 본인이 밟은 페달이 브레이크라고 확신하지만, 실제로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월 유럽연합유엔경제위원회(UNECE) 주관 분과 회의에 참석해 페달 오용 사고 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전기차 택시를 몰던 65세 남성이 지난해 11월 12일 전기차 택시를 몰다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였다. 당시 운전자는 “우회전 중에 급발진이 발생해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 등 6개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분석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월 유럽연합유엔경제위원회(UNECE) 주관 분과 회의에 참석해 발표한 자료. /UNECE

분석 결과, 주장과 달리 운전자는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 동안 30m를 달리는 와중에 가속 페달을 여섯번이나 반복해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곱번째 가속 페달을 밟은 뒤 충돌할 때까지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충돌 직전 차량 속도는 시속 61㎞였다. 담벼락 충돌 전까지 119m를 7.9초 동안 달리는 동안 택시 기사는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고가 페달을 오조작하는 운전자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판단한다.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에 자주 노출된 운전자가 ‘차량 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확증편향을 가지면서 본인의 착각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의도치 않은 가속 현상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밟고 있는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는 연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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