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처법 2년 유예 절실 한목소리…"그간 뭐했나" 지적도

이중삼 2024. 7.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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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대응·인프라 구축 미흡…'의무 준수 완료 못해'
업계 "무리한 적용은 자칫 산업 위축 초래할 수도"

임이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달 17일 중처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중소 건설업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임이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달 17일 중처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해서다. 여당 의원 108명 전원이 공동 발의로 참여했다. 시행 준비가 부족하고 경영환경이 열약한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경영책임자가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유예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 2년 유예를 외쳐왔던 중소 건설업계에서는 반기는 모양새다. 반면 3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또 다시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중처법은 지난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부터 우선적으로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됐다.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기간을 뒀다. 올해 1월 27일부터 이들 사업장에도 법이 적용돼 시행 중이다.

중처법 제1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6조에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조항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같은 유해요인으로 근로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인의 경우 최대 50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도 가능하다.

중처법 대응 관련, 중소기업계에서는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상시근로자 50인(건설공사 50억원) 미만 기업 중 대다수가 중처법 의무 준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50인 미만 46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처법 의무 준수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은 77%에 이른다.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는 '전문인력 없이 사업주 혼자 안전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서'(4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중처법 재유예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86%나 됐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50인 미만까지 중처법이 전면 적용됨에 따라 법 준수 이행과 처벌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들의 실태가 조사로 나타난 것으로 경총은 분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50인 미만 중소기업 702개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진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전국 기업 실태조사'에서도 47%의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국에서 모인 3500명의 중소기업인들이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산업재해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안전체계 구축 어려움 호소

특히 중소 건설업계에서 중처법 확대 시행 관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른 분야보다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재해자 수는 13만6796명, 사망자 수는 2016명, 질병 이 외, 사고사망자 수는 812명이다. 그중 건설업 사망자 수가 356명(43.8%)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제조업 사망자 수(165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과 인명사고 방지를 위한 중처법 취지에는 동의한다. 다만 소규모 사업장은 예산과 인력 등 문제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어려움이 크다"며 "무리한 중처법 적용은 자칫 건설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속해서 중처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중처법 대응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용 산업안전지도사는 "중소 건설업계의 경우 중처법 대응 준비와 안전보건 인프라구축이 미흡한 상태"라며 "때문에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중처법 시행 이후 법을 어겨 재판에 넘겨진 기업 중 약 80%가 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중대재해 종합대응센터가 지난달 발간한 '기소·판결 사례로 본 중대재해처벌법 핵심 체크포인트' 매뉴얼에 따르면 중처법이 시행된 후 지난 5월 말까지 기소된 기업(사업주)은 51곳, 그중 78%인 40곳은 근로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었다. 대기업(300인 이상)은 11곳에 그쳤다. 경총은 중소기업의 형사처벌 리스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정책토론회'에서 "법원의 엄벌주의 판결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안전관리가 취약한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사망사고 발생 시 회사가 존폐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 시행의 부작용을 줄이고 산업현장의 안전한 일터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중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법 시행 후 3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유예를 또 하게 되면 법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월 김미숙 생명안전행동 공동대표는 '중처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연장 반대 긴급행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50인 미만 3년 유예 기간에 정부와 기업은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또 유예하자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또 유예가 되면 법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 뻔하다"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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