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 또 '역대 최대'…속타는 TV홈쇼핑 업계

정혜인 2024. 7. 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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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매출 중 송출수수료 비중 사상 첫 70%대
TV 시청 인구 감소에 유료방송사도 매출 줄어

TV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방송 매출 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TV 시청 인구 감소로 홈쇼핑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TV홈쇼핑업체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유료방송사업자 역시 매출이 줄고 있어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1000원 벌면 710원은 유료방송사에게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과 한국TV홈쇼핑협회 '2023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7개 채널 및 겸영 데이터홈쇼핑 5개 채널)의 지난해 합산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1.6% 늘어난 수치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케이블TV, 위성TV,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송출수수료는 매년 인상되면서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다만 지난해 송출수수료 인상률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TV홈쇼핑 7개 채널 및 겸영 T커머스 5개 채널의 송출수수료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7%를 훌쩍 넘었다. 2018년에는 10.3%나 인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송출수수료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 수치는 2022년 5.2%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1%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TV홈쇼핑사의 불만은 여전히 크다. 방송 매출이 점점 줄고 있어 송출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방송 매출액은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9년 방송 매출액은 3조1462억원이었으나 이듬해부터 계속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2조7290억원까지 줄었다. 지난해 방송 매출액은 2012년(3조286억원) 이후 최저치다. 게다가 방송 매출액의 전년 대비 감소율은 2020년 1.8%, 2021년 2.5%, 2022년 3.7%, 2023년 5.9%로 계속 커지고 있다.

당연히 방송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TV홈쇼핑 방송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2020년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60%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71.0%를 기록하면서 70%대까지 진입했다. 방송으로 1000원을 벌어들인다면 710원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TV홈쇼핑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TV홈쇼핑 7개 법인의 영업이익은 2020년 7443억원을 기록한 후 3년 연속 감소세다. 2021년 6020억원, 2022년 5026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270억원까지 떨어졌다. 3년 사이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셈이다. 

TV의 위기

TV홈쇼핑의 실적 악화는 송출수수료 증가에 기인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TV 시청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데에 원인이 있다. TV홈쇼핑이 TV 외로 사업을 넓히려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의 절반 가까이는 TV에서 나온다. 여기에 OTT 플랫폼 등장 후 TV를 보는 인구는 점점 더 줄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계포털에 따르면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TV를 이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간)은 2020년 171.1분, 2021년 158.3분, 2022년 156.0분에 이어 지난해 149.3분까지 줄었다.

TV 시청시간이 100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1030뿐만 아니라 TV홈쇼핑의 주요 타깃인 4050의 시청시간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40대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2020년 165.1분에서 2023년 140.0분까지 하락했다. 50대 역시 2020년 206.2분에서 지난해 163.7분으로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TV홈쇼핑 입장에서는 송출수수료 인상을 최대한 막아야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TV홈쇼핑업계는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올해 송출수수료 인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 역시 TV 시청 인구 감소로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사의 방송사업 매출은 지난해 18조9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줄었다. 광고 매출이 급감해서다. 유료방송사의 방송사업 매출이 역신장한 것은 최근 5년 사이 처음이다. 이렇다 보니 유료방송사업자 입장에서 TV홈쇼핑 송출수수료를 포기하기가 어렵다.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0.3%에서 지난해 12.9%까지 올랐다.

TV홈쇼핑업계에서는 유료방송사업자 중에서도 IPTV를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다. 지난 3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TV홈쇼핑 산업 관련 세미나에서는 "악화된 사업 환경 속에서 IPTV 3사가 거둬들이는 송출수수료는 매년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홈쇼핑 사업 매출의 70%에 육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IPTV의 지난해 송출수수료 매출은 전년보다 4.1% 증가했다. 케이블TV와 위성의 송출수수료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전년보다 3.2%, 1.3%씩 낮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도 송출수수료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면 또 다시 '블랙아웃'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송출수수료 갈등이 폭발하면서 CJ온스타일·현대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사들이 유료방송사에게 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한 바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 홈쇼핑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는 계속 오르고 있어 부담이 크다"며 "올해 협상에서 동결을 주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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