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손예진, 결혼·출산 후 '배우 챕터2' 시작…"내 얼굴에 책임지고파"

김지원 2024. 7. 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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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텐아시아DB



손예진이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데뷔 24주년을 맞은 손예진은 치열하게 달려왔던 연기 생활을 회상했다. 이젠 아내이자 엄마라는 변화도 맞게 된 손예진. 40대가 된 손예진은 자신의 얼굴에 책임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롭게, 하지만 길게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5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독.보.적. 손예진'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 및 커팅식이 진행됐다.

손예진은 특별전 주인공으로 선정된 소감으로 "선배님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특별전을 해도 되는 배우인가. 그런데 새각해보니 나이가 많이 먹었더라. 선배님들의 뒤를 이어 특별전 배우로 선정됐다는 것이 감개무량하고 영광이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처음 시작할 때 배우, 연기자 이런 통칭이 있는데, 저는 연기가 하고 싶었다. 연기를 하고 싶은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라는 말이 멋있고 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누구에게나 배우라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연기자, 배우라고 했을 때 뭔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배우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며 연기를 시작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텐아시아DB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손예진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열심히 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저도 인사말이나 많은 분들께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하는데,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울림, 공감을 줄 수 있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관객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 몸부림쳤다고 얘기했던 손예진. 그는 "20대 때 시작했을 때 당시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한정적이었던 것 같다. '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리속의 지우개' 같은 슬프고 가련한 느낌의 작품들이 많았다. 그 이미지로만 국한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래서 이전과 다른 캐릭터를 욕심냈다.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극적으로 몸부림쳤다고 얘기했지만 계속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사진=텐아시아DB



손예진은 2022년 3월 현빈과 결혼해, 그 해 11월 아들을 낳았다. 그는 "2년 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제 배우 생활의 챕터1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챕터2로 들어가는 것 같다. 이런 때 부천영화제에서 마련해주신 제 특별전은 저 또한 과거를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정리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앞으로 더욱더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다. 멋 모를 때 이혼녀 역할, 아이 엄마 역할도 해보고 남편도 2번 가져보고 했다. 지금은 같은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다르게 할 것 같다. 저도 제가 여러분들에게 어떤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손예진은 "결혼, 출산은 너무 다른 세계다. 아이를 낳고 2년 가까이 키우면서 너무 행복한 것은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전에는 일이 제 전부였다.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저와 일을 따로 분리하지 못했다. 요즘은 아주 단순하게 아이가 이유식을 한 끼만 잘 먹어도 너무 행복하다. 하루를 잘 이겨냈고, 오늘 하루 무사히 끝난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가치관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육아는 힘든 일이지만 그 만큼 다른 세상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저는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텐아시아DB



1982년생인 손예진은 1999년 데뷔했다. 손예진은 "20년이 훌쩍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세월이 너무 빠르다. 눈 깜짝했더니 제가 나이를 먹었고 필모가 쌓였고 이런 배우가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저도 사실 저를 객관화할 수 없지 않나. 이런 자리를 통해 제 과거 필모도 나오고 저를 평가해주셨던 감독님, 평론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치열하게 달려왔구나. 운 좋게 그 속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구나' 생각했다. 채찍질하면서 20년을 달려온 것 같다. 보람차고 의미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손예진은 "너무 열심히 일한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할 거다. 하지만 스스로를 다치게 하고 너무 채찍질하면서 일하고 싶진 않다. 조금 더 넓고 여유롭게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정지영 감독 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손예진이 우선 예쁘지 않나. 예쁘면 배우 되는 데 유리하다. 관객들이 예쁜 연기자를 좋아한다. 신인일 때 예쁘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못하면 '아깝다'라는 말을 한다. '얼굴 예쁘니까 연기자 했겠지' 그런다. 상당히 힘든 게 예쁜 연기자다. 그걸 극복하면 손예진 씨 같은 연기자가 되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사진=텐아시아DB



이번 특별전은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다. 손예진은 "'독보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아시겠지만 독보적인 배우가 너무 많다. 선후배들 중에 꼽자면 무대를 꽉 채울 정도다. 그 중에 저의 색깔이 조금 독보적이지 않나"라며 웃었다. 이어 "아직까지도 이 말이 황송하고,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내면에 감정이 많았다.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기자는 감정을 표출하는 직업이니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얼굴도 나쁘지 않으니 연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며 웃었다.

손예진의 20대는 청순하고 눈부신 미모로 '리즈 시절'로 꼽힌다. 손예진은 "이런 눈빛, 표정, 모습이었구나 싶다. 지금은 다시는 그 눈빛과 모습을 할 수 없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모습. 이때 예뻤던 걸 왜 즐기지 못했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 더 중요한 건 사실이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는 것이다"라며 "누구나 20대 때는 자신들만의 리즈를 갖고 있다. 그것은 절대 영원할 수 없다. 그때를 즐기고 이제 나이가 들어서 나의 모습에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얼굴을 갖고 싶다. 그게 사실은 더 어렵고, 제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텐아시아DB



손예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계와 영화인들을 응원했다. 손예진은 "저도 코로나 시기를 겪었고, 저 또한 당시 극장에 가는 게 힘들었다. 그 여파가 지금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안타깝다. 저도 마지막 영화가 한참 전이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정지영 조직위원장에게 "극장에 자주 가서 영화를 봤던 그 시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겠나"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손예진은 영화와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손예진은 "영화는 언제나 제게 고향 같은 곳이다. 요즘은 OTT도 나오고 많이 발달했는데, 상대적으로 영화가 도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도 극장을 많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많이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거창한 건 없다. 오래 힘들다가 연기하게 되고 빛을 발하는 분들이 꽤 많으시지 않나. '꿈이라면 끝까지 한 번쯤은 해보자,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이런 얘기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손예진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열의도 드러냈다. 손예진은 "한 작품마다 100m 달리기였던 것 같다.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제 배우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보고 싶다. '이 작품이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스트레스가 많았다. 책임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만 해야지 하면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횟수가 줄 것이다. 영화가 잘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최대한 다양하게 자주 길게 연기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러분 곁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창한 생각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제 얼굴에 책임지고 싶다. 제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그 나이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17년부터 한국 영화의 현재를 이끄는 동시대 대표 배우를 선정해 '배우 특별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 설경구, 최민식에 이어 올해는 손예진이 선정됐다.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배우 기념 책자 발간 및 메가 토크와 사진전 등 행사를 통해 손예진의 23년 연기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4일 개막해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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