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선균 공갈범에 3.5억 전달…강씨 재판 불출석에 "강제구인"

유동주 기자 2024. 7. 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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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3.12.27. photo@newsis.com /사진=

법원이 배우인 고(故) 이선균씨를 공갈·협박한 이들에게 3억5000만원을 전달했던 핵심증인 강모씨(47세)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강제구인'을 결정했다.

5일 법조계와 연예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4단독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열렸던 공판에 강씨가 세차례 연속으로 불출석하자 '강제구인' 방침을 밝히고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증인 강씨의 연이은 불출석으로 재판이 계속 공전되자 재판부가 내린 특단의 조치다. 강씨 불출석으로 앞서 열렸던 공판들이 성과없이 5분 이내로 종료된 바 있다.

강씨는 이씨를 공갈협박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유흥업소 실장 김모(30·여)씨와 전직 영화배우 박모(28·여)씨에게 각각 3억원과 5000만원을 서울 청담동 한 장어구이 식당에서 현금으로 직접 전달했던 인물이다.
법원 "핵심증인 강씨 출석해야 재판진행 가능"

(인천=뉴스1) 장수영 기자 = 배우 故 이선균에게 협박해 수천만 원을 받은 20대 여성 A씨가 2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뉴스1) 장수영 기자

이씨의 지인으로만 알려진 강씨는 김씨가 일하고 있던 유흥업소에 이씨를 처음 데려갔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단골로 다니던 술집에서 유 마담(실제이름은 전OO, 중국국적)에게 이씨를 처음 소개했고, 유 마담은 이씨를 손님으로 몇차례 만난 뒤 자신의 밑에서 일하던 실장 김씨가 응대하도록 했다. 강씨는 유 마담은 물론이고 김씨와도 아는 사이였다.

사업가인 강씨는 유명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들 그리고 유명 연예기획사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정상급 가수와 블록체인 관련 협업을 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코스닥 상장사의 지분을 보유한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K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 유명 배우 등과 부부동반 골프를 칠 정도로 재계와 연계계 마당발로 통한다.

이씨 외에도 소속사인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이하 호두)의 다른 중견 배우는 물론이고 천정명, 배정남 등 다른 유명 배우들과도 친분이 있어 업계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다. 가수 길과도 친구로 알려져 있고, 수년 전 강씨의 부친상에는 배우 김용건을 비롯해 다수의 연예인들이 조문을 오기도 했다.

해킹범으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김씨가 이씨에게 실토한 뒤, 이씨는 김씨와 연락을 끊고 강씨를 통해서만 연락하도록 했다. 해킹범을 연기하며 실제로 공갈·협박을 했던 박씨와 직접 연락을 하면서 돈의 액수를 협상하고 만난 것도 강씨였다.

강씨는 3억원을 식당에서 건네주면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확인과 돈을 받은 뒤엔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자신을 상대로 하는 각서 형식으로 김씨에게 작성하게 하기도 했다.
서울 청담동의 한 장어구이 전문 식당. 이곳 주차장에서 이선균 지인으로 알려진 강모씨가 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에게 3억원을 지난해 9월 20일 전달했고, 한달 여 뒤 10월 17일 실제 공갈범이었던 박모씨에게도 5000만원을 같은 장소에서 전달했다. 박씨가 돈을 받으러 도착한 상황은 식당 CCTV에 그대로 찍혔고 이 사진은 디스패치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사건 이후 경찰은 해당 식당을 찾아 CCTV 녹화파일을 요구해 받아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정으로 강씨는 구속기소된 피고인 김씨와 박씨 2명 외에 이씨의 공갈·협박 사건의 실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강씨는 세번이나 '해외 출장'을 사유로 내고 증인으로 소환된 이번 재판에 불출석했다.
강제구인 피하기 위해 자진 출석할까
한편 검찰은 지난 공판에서 이씨 소속사인 호두 측으로부터 강씨에게 3억500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송금했다는 거래내역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씨와 박씨에게 전달된 3억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선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특히 강씨는 3억원을 받아 간 김씨에게 자신의 돈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더 이상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하기도 했다.

검찰이 3억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소속사인 호두가 제출한 '예금거래 실적서'를 통해 밝혔지만, 김씨 측은 통장거래내역만으론 출처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내역을 확인한 김씨 측 변호인은 "지난해 10월 17일과 23일 두차례에 걸쳐 강씨에게 3억원과 5000만원이 이체됐다고 돼 있는데 실제로 강씨가 김씨와 박씨에게 넘긴 건 지난해 9월 22일과 10월 17일이어서 시기가 맞지 않는다"며 "강씨가 출석해야 돈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을 거 같으니 재소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돈의 출처를 소속사로 인식할 수 없었고 오히려 강씨가 피고인들에겐 본인 돈이라고 했었는데 그런 부분을 확인해야한다"며 "이씨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강씨가 주는 돈이라고 해서 받았다는게 피고인 김씨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선균 지인으로 알려진 사업가 강모씨가 공갈범 박모씨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한 내용. 2023년 10월 17일 강씨가 서울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현금 5000만원을 박씨에게 전달한 뒤, 박씨가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별도의 실제 협박범이 천안소재 공사장으로 와서 돈을 전달하라고 한 것처럼 대화하고 있다.


돈의 출처는 공갈혐의를 받는 김씨 입장에선 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김씨는 이씨를 상대로 공갈·협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이씨와 술집에서 처음 알게됐지만 오랜 기간 사적으로 만나던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3억원을 받은 건 해킹협박범에게 전달해서 사건을 해결하라고 강씨가 줘서 받았을 뿐, 김씨 자신이 공갈·협박을 한 건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씨가 소속사나 이씨의 돈이라는 인식이 없었고 제3자나 마찬가지인 강씨의 돈으로 알았다면, 김씨의 공갈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게 된다.

구인영장이 발부되면 검찰 지휘하에 경찰이 증인소환 당일, 강씨의 주거지 등에서 강제로 구인해서 법정에 데려오는 절차가 집행된다. 재판부는 7월과 8월 휴정기를 고려해 다음 공판을 9월 5일로 정했다. 최근 '코인 상장 뒷거래' 사건의 재판에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던 가수 MC몽도 세차례 불출석 뒤, 재판부에 의해 구인영장발부가 예고되자 영상 증인 형식으로 뒤늦게 재판에 출석한 바 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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