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달려온 손예진, '독보적'인 챕터 2를 열다 [28th BIFAN 종합]

최하나 기자 2024. 7. 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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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손예진이 지난 23년 간의 배우 활동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했다.

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집행위원장 신철)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선정된 손예진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BIFAN은 2017년부터 한국 영화의 현재를 이끄는 동시대 대표 배우를 선정해 ‘배우 특별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 설경구 최민식에 이어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손예진이다.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될 이번 특별전에서는 배우 기념 책자 발간 및 메가 토크와 사진전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손예진의 23년 연기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이날 이번 영화제에서 특별전 배우로 손예진을 선정한 것에 대해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다. 제가 손예진 씨를 처음 만난 영화 ’클래식’의 곽재용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청순함과 슬픔에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말이 딱 맞는 배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예진은 “특별전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선배님들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했다. 제가 그런 필모그래피와 구력, 나이, 역량이 되느냐를 의심했다. 내가 그런 특별전을 해도 되는 배우인가 생각해 보니까 생각보다 저도 나이를 먹었더라.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존경하는 선배님들 뒤를 이어 특별전을 개최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특별전 소감을 전했다.

또한 손예진은 이번 특별전의 제목이기도 한 ‘독보적’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독보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독보적인 배우들이 정말 많다. 이 무대가 모자를 정도로 정말 많은 배우들이 있다. 저는 그중에 저의 색깔이 조금 독보적이지 않나 싶다. 아직까지도 저는 ‘독보적’이라는 말이 황송하다. 스스로는 모르겠다”라고 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발돋움한 손예진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강렬한 색깔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사랑과 우정 사이 혼란스러워하던 ‘연애소설’(2002)의 심수인, 명랑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을 연기한 ‘클래식’(2003), 기억을 잃어가며 슬픈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낸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의 수진을 통해 맑고 순수한 인물을 연기하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노련한 연애 선수 한지원을 연기한 ‘작업의 정석’(2005), 두 남편과 결혼한 발칙한 아내 역을 맡은 ‘아내가 결혼했다’(2008)의 주인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호러 로맨스를 보여준 ‘오싹한 연애’(2011)의 여리, 호쾌한 해적을 연기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여월 등 대체 불가한 그만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광기와 분노에 휩싸인 히스테릭한 연홍을 연기한 ‘비밀은 없다’(2016)에서는 새로운 연기변신으로 주목 받았으며, ‘덕혜옹주’(2016)에서는 조국을 잃어버린 황녀의 애환과 비통함을 기품 있게 그려내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배우 손예진은 국내외 수상 경력 또한 화려하다.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표창을 비롯해 대종상 3회(40·51·53회), 백상예술대상 6회(39·43·45·46·53·56회), 청룡영화상 5회(24·28·29·31·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2회(22·36회) 등 50여 회 수상했다. 특히, ‘외출’로 제51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여우주연상,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제15회 중국 금계백화장(金鷄百花奬)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신작 출연을 확정하며 최고의 감독과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이날 손예진은 자신의 23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23년이나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눈 깜짝할 새에 이런 필모그래피가 쌓였고 지금의 제가 된 것 같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손예진은 “저는 저를 객관화할 수 없지 않나. 이번 특별전으로 감독님들이나 평론가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 제가 치열하게 열심히 달려왔고 그 속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24년 동안 저를 채찍질하면서 달려왔는데 보람차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일을 한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건데 스스로 채찍질하고 다쳐가면서 연기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손예진은 배우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처음 시작할 때 ‘배우’ ‘연기자’ 여러 통칭이 있지만 저는 그냥 연기가 하고 싶었다. 연기를 하고 싶은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연기를 하면서 뭔가 배우라는 말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누구에게나 배우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뭔가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배우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됐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예진은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에 대해 “아직까지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모르겠다. 열심히 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저도 항상 인사말이나 많은 분들께 이야기할 때 ‘좋은 배우가 되겠다’라고 말은 하는데 ‘좋은 배우’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을 때 저는 관객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울림과 공감을 주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을 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라고 막연히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손예진은 ‘리즈 시절’에 대해 “저는 20대 초반에 ‘클래식’이나 그때 정말 예쁘고 풋풋했더라. 그런데 그때는 제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났던 것 같다. 요즘 과거 영상을 보면 이런 눈빛과 이런 모습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다시 20대 초반의 풋풋함을 보여주지 못하지 않나. 왜 그때 즐기지 못했나 아쉽다. 지금 더 중요한 건 아름답게 늙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절대 영원할 수 없으니 그때 즐기고, 나이가 들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얼굴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손예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기를 겪고 있는 영화 산업에 대해 “극장에 자주 가서 영화를 봤던 그 시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겠나. 그래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영화는 언제나 고향 같은 곳이다.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관객 분들에게 많이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예진은 배우로서의 목표로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저에게는 100m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너무 급하고 혼자 고군분투했다. 제 배우 인생을 길게 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이 작품이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스트레스가 많았다.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자주 길게 연기를 하고 앞으로 오랫동안 여러분의 곁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독.보.적. 손예진’ 메가토크는 6일 오후 3시 30분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진행된다. 제28회 BIFAN은 14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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