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라바이차이’?...반복되는 OTT 오역
韓 문화 배려 않는 번역 잇달아
전세계에 콘텐츠 공급하는데
세계인 다 아는 김치까지 오역
넷플릭스, 글로벌 실적 좋지만
한국에서는 일일 이용자 감소
3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슈퍼리치 이방인’은 중국어 자막에서 김치를 라바이차이(중국식 매운 채소 절임)로 오역해 표기했다. 한국 문화와 중국 문화를 구별하지 않은 성의 없는 번역을 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 일부 개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에서 정한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는 ‘신치’(辛奇)다. 한국 홍보 활동을 하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넷플릭스인 만큼 즉각 항의 메일을 보냈다”며 “중국의 ‘김치 공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큼 이런 상황은 중국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빨리 시정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드라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2021)의 중국어 자막에서도 김치를 파오차이(채소를 염장한 중국식 절임)로 오역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오역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김치가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음식이기 때문이다. 비주류 문화권의 어떤 문화 요소가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대다수가 그것이 뭔지 모를 경우 불가피하게 다른 어휘로 표현할 수 있지만 김치는 그런 사례가 아니다. 해당 오역은 넷플릭스가 동양의 두 나라인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하나로 뭉뚱그려 취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OTT들은 이전에도 한국 콘텐츠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여러 차례 표기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2020)의 독일어∙헝가리어∙폴란드어∙스페인어 등 6개 언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썼고, ‘하백의 신부 2017’의 넷플릭스 프랑스어 자막에서도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됐다. 지난해 애플TV가 스트리밍한 드라마 ‘모나크: 레거시 오브 몬스터즈’도 동해를 ‘일본해’로 썼다.
글로벌 OTT에서 엉뚱한 번역이 계속 이뤄지는 것은 비주류, 소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류 문화의 입장에서는 김치와 라바이차이를 구별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동해 표기에 대한 한일 간 갈등, 한국의 민주화운동 등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전세계에서 933만명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해 사상 최대 가입자 수를 경신했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일일활성이용자수(DAU)가 1월 307만명에서 5월 235만명으로 크게 감소(모바일인덱스 기준)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작품들을 최대 33개의 언어로 현지화하면서 보다 높은 수준의 자막과 더빙을 제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해당 영역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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