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금난 업체’ 노린 대부업체, 10년간 불법 통해 수십억 편취 의혹
금감원 감사 피하려 '영업 지역' 속이고 지역 대부업체 신고
명성캐피탈대부 실제 대표 "4년 전 얘기라서 잘 몰라"
(시사저널=서상준 경기본부 기자)
자금난에 허덕이는 업체를 상대로 수억 원의 수수료를 챙긴 '명성벤처캐피탈대부(주)'가 허가된 지역을 벗어나 서울에서 10년 넘게 불법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명성캐피탈대부는 서울 서초구에 대부업 사무실을 차려놓고, 본·지점 등록 소재지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도천동에 뒀다.
불법을 숨긴 채 서울서만 10년 넘게 '무허가 돈놀이'를 한 셈이다. (시사저널 6월28일자 「[단독]지역 대부업체, 수도권 소상공인 '타킷' 불법수수료 수십억 챙겼다」 기사 참조)
명성캐피탈대부에서 돈을 빌린 대다수 채무자들은 수도권의 중소건설사와 소상공인 등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명성캐피탈대부는 2014년 5월21일 광주 광산구청으로부터 대부업체 첫 허가를 받았다. 작년 3월27일 재허가 신청을 마치고, 2026년 3월27일까지 3년간 대부업체 등록을 연장했다. 본지점 주소는 광산구 도천동에 그대로 뒀다.
수도권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이 아닌 광주에 둔 데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명성캐피탈대부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지만 금융감독원에 등록 하지 않았다. 대부업체 허가 방식은 '영업 범위'에 따라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법인의 경우 자본금 5000만원까지 지자체장 승인을 얻으면 되지만 영업 범위가 '해당 광역시'로 제약이 따른다. 자본금 5억원을 충족하고 금감원 허가를 받으면 전국 어디서나 영업을 할 수 있다. 대부분 법인 업체가 금감원에 정식 등록하는 이유다.
명성캐피탈대부는 자본금 5000만원을 납입하고 영업 범위를 '광주광역시'로 한정해 허가를 받아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대부업 등록 절차가 금감원에 비해 까다롭지 않고, 주기적인 관리 감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대부업체 허가를 대행하는 행정사도 이 부분을 상당히 의아해했다. D컨설팅 대표 행정사는 "보통 대부업체는 금감원 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개인 업체라면 몰라도 법인(대부업체)이 단체장 허가만 받고 영업을 하겠다는 것이 뭔가 미심쩍다"고 했다.
허가한 광산구청은 관리 감독은커녕 불법 여부 조차 알지 못했다. 명성캐피탈대부에서 재등록 신청전까지 지난 10년간 단 한차례도 현장 실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광산구청 공무원은 "(대부업)법령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법령에는 (지역을 떠나 영업하는 불법행위)그 것에 대한 제한은 따로 없다"고 주장을 했다.
대부업법 제3조에는 대부업 영업소별로 관할 지역의 광역단체장 등에게 등록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광산구청이 방관하며 불법을 부추긴 셈이다.
명성캐피탈대부는 이런 점을 틈타 지난 10여 년 동안 이자 외 건건마다 불법 수수료를 챙겼다. 그동안 돈을 빌려주고 '작업비'로 편취한 액수만 수십 억원으로 추정된다. 건설사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잡고 뒤에서는 원금의 10%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자금난 위기에 봉착한 한 중소건설사는 6차례에 걸쳐 2억8350만원을 수수료로 뜯겼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현금으로 받아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명성캐피탈대부의 실제 사장인 김아무개씨는 "4년 전 얘기라서 잘 모른다"고 일축했다. 해당 건설사는 올해 초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캐피탈대부의 수상한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법 수수료를 정상 거래인 것처럼 용역 계약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수수료 중 3.3%를 선 공제한 뒤 10여 명 개인 통장에 나눠 입금 받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 업체는 금감원에 등록된 업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부업법에 따라 수수료, 사례금, 착수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중개와 관련해 대가를 받으면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해 중개수수료를 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설명했다.
명성캐피탈대부는 지난 2020년 5월 '세금 탈루' 의혹을 받아 서울국세청으로부터 사전통지 없이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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