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車, 버스 브레이크와 엑셀 비슷해 착각? 전문가들 분석은

안준현 기자 2024. 7. 5. 14: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리는 있지만…사고 원인은 아닐 듯”

지난 1일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와 관련,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현직 버스 기사라고 밝힌 A씨가 “버스의 브레이크 페달과 가해 차량의 엑셀이 비슷해 착각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사고 원인이 급발진이라기보다는 버스를 몰던 습관에 따른 페달 착각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어느정도 일리는 있는 분석이지만,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고 했다.

왼쪽은 버스 페달 사진, 오른쪽은 가해 차량 페달. /인터넷 커뮤니티

사고 다음 날인 지난 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본인이 버스 기사라는 A씨가 한 게시글을 올렸다. A씨는 “버스 오래 운전했다고 하면 습관이 생겼을 거다. 습관이 무서운 게 몸이 기억한다는 것”이라며 “몇몇 분들이 어떻게 버스 기사인데 고령이라도 브레이크와 액셀을 착각하냐고 한다. 고령의 버스 기사들도 착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버스 페달은 일반 승용차와 다르다. 운전자 편의성을 위해 브레이크, 액셀 모두 오르간 페달이다. 발뒤꿈치 고정하고 발끝만 왔다 갔다 하면서 운전 때 브레이크, 액셀을 밟는다”며 “아예 두 페달 위에 동시에 발을 올려놓고 까딱까딱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잘못된 운전 습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 차량도 페달 구조가 버스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해 차량의 엑셀 페달과 버스 페달이 똑같은 모양의 ‘오르간 페달(세로로 길게 뻗어진 사각형 모양)’이라 헷갈릴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승용차 페달과 버스 페달은 감각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운전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며 “버스나 트럭은 차가 무거워서 가속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차가 튕겨 나가지 않지만, 제네시스 같은 가솔린·자동 변속기 차는 엑셀을 밟으면 차가 튕겨나가기 때문에 만약 엑셀을 잘못 밟았다 하더라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사고를 낸 차량. /박상훈 기자

박성지 대전보건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현직 버스 기사 A씨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가설”이라면서도 “버스는 엑셀과 브레이크가 똑같은 평행선에 있다. 즉 쌍둥이처럼 나란히 있는 모양이지만 제네시스와 같은 일반 승용차는 브레이크 페달 오류를 줄이기 위해 가속 페달은 낮고, 브레이크 페달은 높게 ‘고저(高低)’의 차이를 두고 있다”고 했다. 제네시스의 엑셀·브레이크 페달이 다르다는 것이다.

가해자 차씨가 버스 운전하듯 한 발로 페달 두 개를 밟았을 수 있었다는 주장에는 “대다수 운전자들도 한 발 운전을 한다”며 “그건 억측이자 개인의 의견 정도로 봐야 한다”고 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가해 차량과 버스 페달 모두 모양은 같지만, 어느 정도 크기와 페달 사이 간격 차이가 있어 크게 헷갈린 사항은 아니다”라며 “버스는 페달 사이의 간격이 넓고, 제네시스는 좁다. 페달 크기도 버스는 조금 더 엑셀 페달이 크다”고 했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박상훈 기자

이어 “가해자가 버스기사로 일하긴 했지만 자가용도 그동안 몰았는데 그런 걸 헷갈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가해 차량 엑셀 페달은 오르간 페달로 버스와 같지만, 밑에 지지점이 있어서 위를 밟고 움직이는 페달로 에어 브레이크를 쓰는 버스 페달을 밟는 것과는 압력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을 할 때 페달 모양을 보면서 발로 밟지는 않는다”며 “엑셀을 밟았는데 그 페달이 버스 브레이크 페달하고 느낌이 같아 지속적으로 확신을 갖고 밟았을 수는 있지만, 가해자가 가해 차량을 운전한 지 7~8년이 됐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사고 차량이 호텔 주차장 쪽에서 일방통행로 쪽으로 진입한 뒤(왼쪽), 3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해 역주행하고 있다. /SBS

이 교수는 “가해 차량이 차씨 아내 소유라고 하는데, 호텔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운전자가 누군지 봐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만약 처음 호텔에 갔을 때 아내가 운전하고, 돌아갈 때는 차씨가 운전을 했고, 좌석의 위치·각도·높이가 평소 차씨가 운전했을 때의 설정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페달 착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