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김홍일→이진숙' 尹의 방통위…野 "기괴한 이어달리기"
이진숙 "공영방송 새이사 선임해야"…민주 "尹, MBC 장악 선언"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지명하며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예언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만두더라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이 전 사장을 발탁했다. 야당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자진사퇴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직을 내려놓은 지 이틀 만이다.
이 후보자는 소감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 발언을 이어가며 사실상 야권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이 탄핵하려 한 이동관-김홍일을 거론하며 "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떤 불법적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기관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떠난 분들"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조만간 MBC KBS EBS 등 공영방송사의 이사 임기가 끝난다. 이사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며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신속히 추진 중인 '방송4법'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MBC 출신인 이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김재철 MBC 사장 퇴진을 요구했던 MBC 노조와 강경 대치를 하는 등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후 그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2021년엔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발언들이 주목받으며 정치권에선 '김홍일 가고 더 한 인물이 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야권은 이 후보자의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을 '대국민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탄핵을 거론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영방송의 흑역사를 만든 장본인이자 방송 장악에 부역한 인물에게 방통위원장을 맡기다니 제정신이냐"며 "모든 공영방송을 '땡윤 뉴스'로 뒤덮으려고 위법과 탈법을 강행한다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10번이든 100번이든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언사도 논란이 됐다. 그는 과거 MBC 보도본부장 시절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책임자로 지목돼 물의를 빚었다. 아울러 구조 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의 사망을 세월호 유족의 조급증 때문이라고 폄훼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후보자는 MBC 세월호 보도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으로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 지적에 '정정 보도와 반론 보도 청구가 없으니 잘했다고 본다'고 말해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며 "MBC 직원 불법 사찰, 유가족 폄훼 보도 책임자, 셀프 상여금 지급 및 전현직 노조원 부당징계 등 열거하기만 해도 숨이 찰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이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도 집중공격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게시하는 등 극단적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 후보자는 'MBC, KBS는 참사 이틀 전부터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며 더 많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며 "종북 주사파가 배후라는 해시태그도 단 것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 후보자의 임명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방통위원장 임명엔 국회의 동의가 필수가 아니기에 윤 대통령은 야권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전날 본회의를 통해 '해병대원 특검법'을 통과한 이후 여야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만큼 강대강 대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방송4법의 본회의 상정을 두고 크게 충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질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도 진통이 불가피하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윤 대통령이 기어이 'MBC 장악'을 선언했다. 방송장악을 이어 나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청문회를 통해 이진숙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고, 방송장악을 위한 기괴한 방통위원장 이어달리기를 멈춰 세우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번 달 말쯤 국회 청문 절차를 거쳐 새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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