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찾아온 허리 부상…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든 전가람 [임정우의 스리 퍼트]
통증 심해져 4개 대회 건너뛰어
허리 부담 줄이기 어드레스 교정
통증 사라지고 샷 정확도 높아져
5년1개월 만에 정상 오른 원동력
결단하는 용기의 중요성도 깨달아
“캐디 출신이라는 오해 풀고 싶어
언젠가는 해외 진출 꿈도 이룰 것”
약 한달간의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전가람은 부상 복귀전이었던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공동 40위를 차지했다. 부상 복귀 후 두 번째 대회였던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린 그는 세 번째 대회인 KPGA선수권대회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나흘간 17언더파를 몰아치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컵을 품에 안은 것이다.
전가람은 “허리 통증이 시작된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걷는 게 힘들 정도로 아파서 다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며 “다행히 허리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고 약 한 달간의 치료와 재활을 거쳐 복귀할 수 있었다. 허리를 다친 뒤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허리 부상을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표현한 이유는 통증을 피하기 위해 바꾼 스윙으로 우승을 차지해서다. 전가람은 “허리를 다친 당시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동안 내가 잘못된 자세로 스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허리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드레스에서 상체를 이전보다 세우는 자세로 바꿨는데 공이 똑바로 가기 시작했다. 양발의 체중 분배까지 자연스럽게 앞쪽에서 중간으로 옮겨지면서 스윙궤도까지 달라져 임팩트가 좋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기하게도 어드레스 자세를 바꾸자마자 통증이 사라졌다. 허리에 부담이 가는 자세로 10년 넘게 스윙을 하다보니 허리 부상이 발생했던 것 같다.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지금이라도 원인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오랜 시간 할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더욱 살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 전가람은 “허리 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복귀했다면 지금도 병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GS칼텍스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 등 큰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건 내게는 엄청난 결단이었다”며 “연습을 하지 못해 불안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부상을 통해 쉴 때는 확실히 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게 프로 골퍼인 만큼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5월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 이후 약 5년 1개월 만에 KPGA 투어 통산 3승째를 올린 전가람은 제네시스 대상과 상금왕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재 몸 상태가 완벽한건 아니지만 제네시스 대상과 상금왕을 노려보려고 한다. 상반기에는 무리해서 경기하지 않고 하반기에 한 번 승부수를 던져볼 계획이다. 2024년은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한해로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전가람은 “한국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30위 이내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다고 들었다. KPGA 투어 선수들에게는 인생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만큼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골프에서 어떤 일이 벌어날지 모르는 만큼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가람은 자신의 이름 뒤에 붙은 캐디 출신이라는 오해를 풀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전가람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에 프로선발전과 투어프로선발전을 한 번에 통과했다. 캐디는 20대 초반에 잠깐 3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라며 “캐디를 하다가 프로 골퍼가 된 게 아니기 때문에 캐디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 캐디 출신이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전가람은 이미 공을 잘 치는 것으로 유명한 실력자 중 하나였다. 전가람과 함께 성장했던 한 선수는 “국가대표와 국가상비군이 아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었다”고 말했다.
전가람은 “지금은 국가대표 선발이 한 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 과거에는 선발전이 따로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선발전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아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좌절감이 엄청나게 컸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인생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은 없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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