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진들 “마지막 남은 MBC 지켜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진들이 MBC 앞에 모여 “윤석열 정부가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하자에도 이사 선임을 서두르는 것은 KBS처럼 MBC마저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마지막 남은 MBC는 지켜야 한다”고 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과 KBS·EBS 이사 등 14명은 5일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의결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은 무효”라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처럼 방송의 독립과 직결되는 사안은 적법하게 구성된 5인 방통위에서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이상인 부위원장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 의결을 강행한 후 지난 2일 사퇴했다. 사퇴 이틀 뒤인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두 분(이동관·김 전 방통위원장)은 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떤 불법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면서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사진들은 “윤 정부는 국회 추천 위원을 임명하지 않은 채,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준공영방송 YTN 매각, 공영방송 이사 해임 같은 중요한 결정을 강행해 왔다”며 “위법한 계획안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한다면, 향후 선임된 이사들 또한 절차적 하자를 가져 선임 무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윤 정부가) KBS 이사장과 이사, 그리고 사장을 해임해 KBS를 장악했듯, 이제는 눈엣가시인 MBC마저 장악하고자 한다”며 “이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서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MBC 구성원들을 탄압하고 권력과 결탁해 MBC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진숙을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데서도 드러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영방송 이사로서 부여받은 소임인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 92개 시민·언론·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초단기 방통위원장이 될지도 모르는 인물을 내리꽂는 이유는 단 하나다. 윤 정권의 마지막 방송장악 대상인 MBC를 사영화하겠다는 의도”라며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 언론인 출신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012년 김재철 전 MBC 사장 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을 맡아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비밀회동을 가져 ‘MBC 민영화 밀실 추진’으로 논란을 빚었다. 같은 해 MBC 파업 때는 직원들의 동의 없이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노조 간부의 자료를 열람한 것을 두고, 대법원은 2016년 김 전 사장 등 다른 경영진들과 함께 손해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보도본부장 재직 시에는 세월호 오보와 유족 폄훼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다. 2015년 대전MBC 사장으로 부임한 후엔 직원들에 대한 부당징계가 충남지노위에서 인정됐다. 이 후보자는 2019년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2021년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7041712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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