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나를 뺀 연임 정관, 승인하라" vs 문체부 "글쎄···"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2024. 7. 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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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2024년 임시대의원총회'에 의장으로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 이사회 의결 후 장기 집권 포석 등의 논란이 거셌던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 개정(안)이 대의원 총회에서도 의결됐다. 다만, 현직 대한체육회 회장을 연임 제한 폐지 임원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수정·의결됐다.

현직 대한체육회장을 연임 제한 폐지 정관에서 제외한 데 대해 대한체육회는 "(이 회장의) 장기 집권 포석 등의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관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정된 정관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정관의 효력 발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체육회는 4일 오후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2024년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 안건 심의를 비롯해 파리올림픽 대회 대한민국선수단 파견 계획(안)을 보고했다.

총회 의장으로 참석한 이기흥 회장은 이날 수정한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 안건이 의결돼야 하는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을 직접 피력했다. 그는 "대한체육회나 시·도 체육회장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더 밑으로 내려가면 연임 심사를 할 공정위 구성조차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목 단체나 지방 체육회에서 임원을 맡을 만한 인물도 부족하다. 시·군·구 회장들은 자기 돈 내고 봉사하는 분들인데 지방 체육의 근간을 유지하는 이들을 몰아내면 누가 하나"라고 지방 체육회장들의 연임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체육회 이사회를 거친 정관 개정안을 다 수정하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나(대한체육회장)를 제외한 나머지 체육 단체장만이라도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정관 개정 수정안을 제안했다. 이 회장의 제안에 대해 대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 회장은 특히 "내가 3선에 도전하기 위해서 정관을 바꾸는 게 아니라고 여러 차례 얘기해왔다"며 "나는 제외해도 괜찮으니 문체부가 수정 제안을 승인해 주길 바란다. 그래야 선거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기흥 회장이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 정관에서 자신을 제외했다고 해서 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 정관으로도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면 3선 도전이 가능하다.

지난 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의 '2024년 임시대의원 총회'.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의 정관 등 중요 안건은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의원 총회의 경우 재적 인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된다. 이날 125명 재적 인원 중 99명이 총회에 출석 했으며 출석 인원 전원이 찬성 의견을 밝힘에 따라 일부 수정된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 개정(안)은 의결됐다.

그러나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 통과만으로 정관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 관문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지난 2일 체육 간담회에서 "정관 개정은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 확언한 만큼,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 정관에서 대한체육회장을 제외한 수정안이 대의원 총회를 통과한 것이 문체부의 정관 승인에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의 이날 정관 개정(안) 의결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이 정관의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 정관에서 제외됐다 해도 승인 여부에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체육국의 대한체육회 담당 부서 관계자는 5일 CBS노컷뉴스의 관련 입장에 대한 취재에 "정관 승인이 이기흥 회장만의 문제를 보고 심사할 사안이 아니다. (대한체육회가) 회장을 뺀 내용의 연임 정관 승인을 올리겠다는 것인데, 회장을 빼고 안 빼고 문제보다는 체육회 전체 임원에 대한 심사, 경기 단체 임원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방 체육회에 인력풀 부족으로 연임을 해야 한다는 대한체육회의 입장에 대해서는 "우리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일부 시·군·구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어 "오는 8일 국회 문체부 상임위에서 유 장관이 직접 관련 의견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귀띔하는 등 정관 승인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 시점을 시사했다.

대한체육회 대의원은 이날 총회에서 유인촌 장관의 최근 예산 교부 방식 변경 발언 등을 문제삼으면서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골자인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dk7fl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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