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비위로 조합 신용 잃게 해…조합원 제명 사유”

오연서 기자 2024. 7. 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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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 성비위로 자신이 가입한 조합의 신용을 잃게 했다면 정관에 따라 제명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현직 조합장인 박씨의 부하 직원에 대한 성범죄 행위는 ㄱ농협의 업무 처리 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사회적 평가와 신용을 저하시켜 단체의 존립과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이유로 한 제명결의에 중대한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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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을 잃게 한 경우’ 1·2심 해석 엇갈려
대법, ‘신용’을 ‘사회적 평가·신뢰’로 해석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합원이 성비위로 자신이 가입한 조합의 신용을 잃게 했다면 정관에 따라 제명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ㄱ농업협동조합의 전직 조합장 박아무개씨가 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원 제명 무효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지난달 13일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은 “현직 조합장인 박씨의 부하 직원에 대한 성범죄 행위는 ㄱ농협의 업무 처리 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사회적 평가와 신용을 저하시켜 단체의 존립과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이유로 한 제명결의에 중대한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ㄱ농협의 조합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재직 중 조합장의 지위를 이용해 직원을 추행해 지난 2021년 8월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ㄱ조합은 지난 2022년 1월 박씨를 제명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 총회 의결을 거쳐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는 조합의 정관 조항이 제명의 근거가 됐다. 총회 의결에는 대의원 51명 중 4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37명이 찬성했다. 박씨는 제명이 부당하다며 곧바로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박씨가 패소했지만, 2심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의 제명 사유인 ‘신용을 잃게 한 경우’에 대한 해석이 갈렸다. 1심 법원이 신용을 조합의 명예, 사회적 평가 등 사회적 신뢰도로 넓게 해석한 데 반해, 2심 법원은 ‘신용’을 경제적 관점에 한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조합 정관에서의 다른 제명사유들도 ‘경제적 의무를 저버린 경우’ ‘경제사업의 이용과 관련한 사유’ 등인 점에 비춰봤을 때, 박씨의 제명사유 조항도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게 맞는다는 취지다.

2심 법원은 “피고인 조합은 박씨의 제명사유에 대해 ‘원고의 비위행위로 인한 피고 조합의 명예실추’라고 주장할 뿐, 비위행위로 인해 피고 조합의 ‘경제적 신용’이 훼손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제명 처분은 무효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정관에는 신용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고,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신용은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를 의미한다”며 “정관은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사유로 정하였을 뿐 이를 ‘경제적 신용’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사회적 평가·신뢰 등 일반적인 ‘신용’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심판결에는 제명사유의 객관적 의미에 대한 해석,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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