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가뭄에 막막한 간호대 학생들…"벼랑 끝에 섰다"

진태희 기자 2024. 7. 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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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한때 90%를 웃도는 취업률을 보였던 간호학과에 극심한 채용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며 경영난에 빠진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졸업도 미루거나 휴학을 고려하는 학생도 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보도에 진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간호학과 4학년 재희 씨가 올해 상반기 지원 원서를 넣은 곳은 단 한 곳.


대학병원 중 간호사 채용 공고가 올라온 곳이 중앙대병원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높아진 경쟁률이 막막하기만 한데, 만일 이번에 떨어지면 휴학까지 고려해 봐야 합니다.


인터뷰: 김재희 4학년 /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휴학을 하고 기 졸업자의 입장에서 준비를 하게 된다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니면 그런 식으로 아마 생계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마다 신규 간호사를 백 명 이상 채용해 오던 대학병원들은 연이어 채용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의료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학병원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휘청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하반기 채용 예정 병원들을 모아 10월에 공고를 내게 한다는 계획이지만, 여기에 응하는 병원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인터뷰: 보건복지부 관계자

"하반기에 채용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근데 이제 하반기에는 사실 나머지도 안 한다는 아니에요.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실제 간호대 학생들의 조사 결과, 올해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82.5%에 달했습니다.


졸업을 미루거나,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응답자 10명 가운데 4명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박서현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장 / 서울대 간호학과 

"졸업을 미룬 학생들도 많고요. 서류 제출 기간인 상반기를 기준으로 어학 점수를 취득한 학생들이 많은데 어학 점수를 다시 따야 되는지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고…."


의료계에서는 의료공백 사태는 하나의 계기일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역 병원의 여건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수도권 상급 병원에 대한 쏠림 현상은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취업문을 뚫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 수는 갈수록 늘고, 대기 기간도 1년 이상으로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높은 업무 강도로 퇴직자 수도 많아 어느 정도 채용 순환이 이뤄졌는데, 근본적인 업무 환경을 바꾸지 못하면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지적입니다. 


인터뷰: 대한간호협회 관계자

"평균적으로 보면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매년 1만 명씩 나와요. 그럼 그 자리를 순서대로 채워지는 거죠. 새로운 신규 간호사가. 그런데 언제까지 계속 이럴 거냐는 거죠.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마찬가지거든요."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간호인력 처우 등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간호사 취업난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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