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11조원대 ‘KDDX·한국형 호위함 4차사업’ HD현대重 대 한화오션 치열한 수주전
3조 2525억원 규모 울산급‘ 차기 호위함 수주전 본격화…1·2번함 건조 입찰공고
2030년 말까지 1·2번함 건조…사업예산 7575억원
7조8000억원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초도함(약 1조원)을 제작하는 상세설계 사업 업체 선정 및 3조 2525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Ⅳ함 6척 건조사업 중 1·2번함 수주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함정 분야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2개 함정 건조사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5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오는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사청 주관으로 ‘울산급 배치-Ⅳ함(1·2번함) 건조사업’ 설명회가 열린다. 지난 4일 입찰 공고를 낸 방사청은 설명회에선 사업 참여 희망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안요청서를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방사청은 추후 협상을 통해 1·2번함을 건조할 국내 방산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계약 체결일부터 2030년 12월까지 진행되며, 사업 예산으로는 7575억원이 책정됐다.
이 사업은 우리 해군이 1980년대부터 40년 동안 사용해 온 ‘울산급’ 호위함을 대체하는 4단계 사업의 마지막 사업이다. 울산급 호위함은 1970년대 말 처음 만들어진 1500t 규모의 소형 전투함이다.
우리 군은 2010년부터 ‘배치-Ⅰ’(인천급·2300t급), ’배치-Ⅱ‘(대구급·2800t급), ’배치-Ⅲ‘(3600t급) 등으로 그 크기와 전투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며 호위함을 개량해 왔다. 이 중 배치-Ⅲ의 경우 지난해 5·6번함 건조 계약이 체결됐다.
울산급 배치-Ⅳ는 2021년 8월 제13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국내 연구개발로 추진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이 의결됐고, 올해 4월 제161회 방추위에서 건조 계획안이 의결됐다. 총 6척을 건조하는 이 사업에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총 3조 2525억원이 투입된다.
배치-Ⅳ는 배치-Ⅲ과 거의 같은 배수량과 외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산 무장이 추가로 통합되고 통합기관제어체계를 국산화된다. 해군이 해상작전을 수행하면서 제기했던 개선 요구사항도 반영된다.
배치-Ⅳ가 2030년부터 전력화되기 시작하면 1980년대부터 한반도 연안을 지켰던 포항급(PCC) 초계함과 울산급 호위함,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등은 퇴역할 것으로 보인다.
배치-Ⅳ 입찰 경쟁에는 배치-Ⅲ 건조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그대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치-Ⅲ의 경우 1번함을 HD현대중공업이, 2~4번함을 SK오션플랜트가, 5~6번함은 한화오션이 각각 건조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보안감점 1.5점’ 핸디캡을 안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을 꺾고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5·6번함의 건조계약을 체결한 여세를 몰아 이번 배치-Ⅳ 1·2번함 수주 성공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방사청은 총 6척을 건조하는 7조8000억 원 규모 KDDX 초도함 제작업체 선정 문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함정 사업 관례에 따르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별 문제 없으면 상세설계 및 1번함 건조 사업 수의계약을 하는 것이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였다. 하지만 이번에 한화오션이 경쟁업체의 도덕성 문제를 이유로 경쟁입찰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5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 계약 방식 등을 담은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마련해 사업분과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8일 개최 예정인 사업분과위에 상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계약 방식이다. 방사청에 별 문제가 없었으면 기존 관례대로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3항과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HD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는 지난 2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후 KDDX는 방산물자로 지정돼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대상이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아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와관련 방사청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유지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불법 개입이 있어야 입찰 제한 처분 등을 할 수 있는데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에 한화오션(042660)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불법 행위 당시 임원의 개입 정황이 있다며 이를 경찰에 고발했고 HD현대중 직원들도 맞소송으로 대응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방사청이 계약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방사청 입장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경찰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며, 전력화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사업 방식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쟁입찰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업 지연 및 비용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대한 경쟁입찰 규정이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 선정방식을 둘러싸고 격론이 예상된다. 기본설계 수행 업체에 문제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입증되기 전이다. 물론 상위법인 국가계약법과 하위 법령 등은 경쟁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방사청 출범 후 함정사업 분야에서 적용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발의 최종 결과물로 시제품을 만드는 다른 방위사업과는 다르게 함정 연구개발 사업은 선도함이 곧 전력화 대상이다. 이같은 특수성 때문에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서 하도록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로 방사청 개청 이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해 왔다. 한화오션 등은 과거 KDX-Ⅱ 사업에서 경쟁 입찰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해군에서 직접 사업을 진행하던 조함단 시절 얘기다. 현재 경찰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고, 각 위원회가 판단을 미룰 경우 전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이 지체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KDDX 탑재 장비들의 연구개발 사업도 지연되는데, 그렇게 되면 상황이 더 복잡해 진다”고 전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앞으로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도 격돌이 예상된다. 호주 정부는 11척의 해군 호위함 구매 계획을 밝히고 한국과 일본의 호위함을 관심 기종으로 선정하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호주 호위함 수주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SEA 5000 사업’을 통해 차기 호위함 11척을 구매할 계획이다. 선도함을 포함한 3척은 수주한 국가의 방산 업체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8척은 호주 현지에서 기술지원을 받아 건조한다. 올해 호위함을 건조할 업체를 먼저 정하고 그에 따라 최종 선형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후 오는 2026년 건조를 시작해 2029년까지 첫 번째 군함을 인수할 계획이다. 호주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 스페인, 독일 방산업체의 모델이 후보라고 돼 있다.
호주가 군함 11척 등에 대해 책정된 예산이 111억 호주달러(약 10조원)다. 국내에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호주의 차기 호위함 수주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입찰에 성공하면 미국 등 동맹국 방산시장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 경쟁 양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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