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놓치자 직원 때리고 “면책특권” 외친 그리스 의원 제명

직원 폭행하고 전화기 뺏으려 한 혐의
의원직은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혀

(시사저널=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공항에 지각해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하자 공항 직원을 폭행한 그리스 집권 여당 의원이 당에서 3일(현지 시각) 제명됐다.

4일 AP통신과 폴리티코에 따르면, 그리스 집권 신민주주의당(ND)은 전날 레페테리스 아브게나키스 의원을 제명했다. 그는 이달 초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크레타행 국내선 탑승이 거부되자 공항 직원을 폭행하고 직원의 전화기를 뺏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말다툼만 했을 뿐이라며 직원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현장을 찍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되자 뒤늦게 사과했다.

공항 노조 측은 아브게나키스 의원이 탑승을 막은 직원에게 "전근시켜버리겠다"며 위협했고 다른 직원들이 말리자 "나한테 손대지 마, 난 면책 특권이 있어"라고 외쳤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탑승 마감 전에 직원들이 안내 방송을 통해 세 번이나 아브게나키스 의원을 호출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징계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당에 제명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식의 태도는 총리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그를 거세게 비판했다.

콘스탄티노스 타술라스 국회의장은 "아브게나키스 의원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입법 회의 참석을 2주간 금지했다.

그리스 검찰은 아브게나키스 의원에 대해 폭력, 공공서비스 방해, 공공재산 훼손 등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까지 농업부 장관을 지낸 그는 의회 사무실 꽃장식에 6000유로(약 895만원)를 지출하고 장관 사무실에 걸려 있던 그림을 가져간 혐의로 비판받기도 했다.

그의 제명으로 총 300석의 그리스 의회에서 ND 의석은 157석으로 한 석 줄었다. 다만, 아브게나키스 의원은 의원직에서 사퇴하지 않고 무소속 의원으로 남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