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교제폭력 대책 내놨지만…범부처 협력은 '글쎄'

권신혁 기자 2024. 7. 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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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공백 채워야할 법무부와의 협력 미진…관련 내용 '0'
교제폭력 정의규정 없어…대책 시행 위해선 근거법 필요
여가부 "부처협력 현재 진행형…법개정은 장기적 과제"
"'여가부 폐지' 기조에 힘 못쓴다…주도적 역할 힘들지도"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5월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제2전문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05.14.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방안'에 범부처 합동 대응은 아직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적 공백을 채워야 할 법무부와의 협력이 미진한 상태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달 27일 간담회를 열어 해당 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 긴급보호, 법률구조 등을 제공하는 '원스톱 맞춤형 지원'과 교제폭력 예방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보호지원 방안을 자세히 보면, 여가부가 전담할 수 있는 내용들 위주로만 꾸려졌다. 기존에 여가부가 운영하고 있었던 긴급전화 1366,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등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식이다.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찰청과 법무부의 역할이 관건인데, 발표된 대책엔 법무부 관련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경찰의 경우에도 "경찰과 연계해 스마트워치 제공, 고위험 피해자 민간경호 등의 안전조치를 강화한다"는 한 줄의 문구만 있을 뿐이다.

이에 교제폭력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법무부와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교제폭력은 그 정의조차 법에 규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교제살인'에 전국민적 관심이 몰렸으나 아직 교제폭력의 의미, 교제관계, 교제폭력의 범위를 법적으로 구체화한 내용은 없다.

권인숙 전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지난 2021년 1월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등의 임시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피해자를 보호할 수단이 없다"며 가정폭력의 정의에 교제관계를 포함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이 교제관계를 '서로 합의 하에 사귀었거나 사귀고 있는 친밀한 관계'로 정의하고 있으나, 이러한 정의만으로는 단순 친구 관계를 배제할 수 없고 결혼한 사람끼리의 교제, 동성 간의 교제 또는 3자 이상의 교제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모두 포함할 수 있어 그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교제 여부에 대한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정의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여가부가 현재 대책으로 마련한 교제폭력 피해자 신변보호조치, 긴급응급조치 등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근거법이 필요한데, 교제폭력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 등에 포함되지 않아 안전장치 마련이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22일 발간한 '교제폭력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과제' 보고서는 교제폭력 범죄의 특성과 차이를 반영해 별도의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해 ▲경찰의 응급조치 ▲현장사법경찰관의 출동 및 임시조치 ▲검사의 점정조치 피해자전담조사제 ▲피해자보호명령 ▲비밀누설 금지 ▲불이익 금지 등의 명확한 절차 규정 마련을 촉구했다.

경찰청, 법무부 등 범부처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의 모습. 2022.01.11. kmx1105@newsis.com

이 같이 관련 부처, 그 중에서도 법무부와의 협력이 시급한 상황이나 여가부가 발표한 대책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부처 간 협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가부와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여가부, 교육부, 법무부, 경찰청 등은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고 실제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가부가 간담회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나온 대학생·청소년 대상 교제폭력 예방교육은 교육부와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부분이다. 또 교육부는 여가부와 함께 폭력 예방교육 실시가 미비한 '부실 학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시행하고 있다고 확인됐다.

그러나 결국 법무부와의 협력이 빠져 실효성 있는 논의까진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디지털 성범죄 등 사회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후 브리핑 없이 보도자료 하나로 처리된 것이다. 해당 방안을 논하고 발표하는 자리인 간담회에서도 여가부 관련 기관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법무부 관련 내용이 없다 보니 기존의 대책과 유사한 부분도 많다.

이에 부처 간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대책을 발표해 '컨트롤타워'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가부는 부처간 협력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간담회 현장에서 가장 요구가 컸던 것이 법 개선인데, 그 부분은 법무부 소관이고 교제 폭력에 대한 정의 등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장기적 과제"라며 "그래서 이번 대책에 법무부 관련 내용이 빠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로 인해 여가부가 실질적인 범부처 협력 체계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지난달 12일 열린 '사이버 성폭력 범죄 처벌 강화 및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는 여가부 없이 진행됐다. 이날 당정협의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법무부, 경찰청으로만 구성됐다.

2020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제9대 여가부 장관을 맡은 정영애 전 장관은 "교제폭력처럼 여가부 업무는 타부처와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이렇게 여가부 자체를 흔들어 놓으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부처 간의 협력 체계를 지원해주는 시스템 등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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