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 와중에…이스라엘, 정착촌 5천 가구 건설 강행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3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의 누르샴스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이들의 장례식을 지켜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 휴전협상이 다시 진행되는 와중에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에 5천 가구가 넘는 주택 건설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4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의 기존 정착촌에 추가로 집 5295채를 짓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이스라엘의 시민단체 ‘피스 나우’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 기존 정착촌 외곽에 떨어져 세워진 정착 전초기지 3곳도 합법화했다.

피스 나우는 이번 조처에 대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불법적으로 합병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피스 나우는 전날 이스라엘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땅 2965에이커(12㎢)를 국유화하는 조처를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피스 나우는 이 역시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확장해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 영토로 만들려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정착촌 건설 승인은 가자 전쟁을 둘러싼 휴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6일부터 휴전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전화 통화 뒤 온라인 언론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휴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꽤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전역을 점령한 뒤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들을 이주시켜 왔다. 현재 동예루살렘을 빼고 요르단강 서안에 사는 이스라엘인은 49만명에 이르며, 팔레스타인 주민은 300만명이다. 그러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은 원천적으로 국제법 위반이다.

요르단강 서안에는 이스라엘 국내법으로도 불법인 정착촌들이 임시 텐트 몇 동이 모여있는 수준에서 조립식 건물이 늘어선 형태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애초 불법적으로 건설된 이들 정착촌을 과거 여러 차례 사후적으로 합법화해주는 조처를 한 바 있다. 이들 정착촌은 2022년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더욱 확대되고 있다.

피스 나우는 “우리 정부는 서안지구 점령지에서 게임 규칙을 계속 바꾸면서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초래하고 있다”며 “영토합병 추진 정부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의 안보와 미래의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이 무모함의 대가는 앞으로 몇 세대에 걸쳐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