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의 발렌시아, 78%의 메시, 47.4%의 마르티네스 [코파 리뷰]
[뉴스엔 김재민 기자]
에네르 발렌시아는 고개를 숙였고, 리오넬 메시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지만,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는 환호했다.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의 '2024 코파 아메리카' 8강전이 7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1-1 극적인 무승부 후 이어진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가 승리를 거뒀다.
'거함'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매서운 역습을 펼치며 전반 초반 분위기를 잡았던 에콰도르는 전반 35분 코너킥 상황에서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에게 선제 실점하며 전반전을 0-1로 마쳤다.
후반 15분 결정적인 찬스를 얻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로드리고 데 파울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키커로 발렌시아가 나섰다. 발렌시아는 A매치 통산 41골로 에콰도르 역대 A매치 최다 득점 기록 보유자이자 에콰도르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공격수 중 하나다. 한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에버턴에서 활약했고, 2022-2023시즌에는 튀르키예 명문 페네르바체에서 리그 29골을 몰아쳐 득점왕도 맛본 선수다.
발렌시아는 시선을 오른쪽 구석을 고정하면서 골키퍼 마르티네스가 오른쪽으로 뛰도록 유도했다. 자신은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볼을 차 왼쪽 구석으로 슈팅을 넣으려 했다. 마르티네스를 속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모든 구상이 물거품이 됐다. 후반 35분 교체 아웃된 발렌시아는 벤치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동료들의 분전으로 에콰도르가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경기는 1-1로 종료돼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아르헨티나의 1번 키커로 '신' 리오넬 메시가 나섰다. 선택이 과감했다. 볼을 찍어 차는 파넨카를 구사했다. 그러나 볼이 골대 상단을 맞고 나오면서 실축이 됐다. 메시는 허망한 듯 하늘을 올려다 봤다. 중요한 무대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좌절했던 과거 사례들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페널티킥 평균 성공률은 70%대 후반이다. 기대 득점(xG)도 0.79골로 찍힌다. 흔히 페널티킥 전문 키커의 성공률 마지노선이 80%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 점에서 발렌시아, 메시 모두 뛰어난 페널티킥 키커는 아니다. 발렌시아의 통산 페널티킥 성공률은 72.9%, 메시는 78%다.
물론 부담이 큰 메이저 대회 토너먼트에서 득점력이 가장 뛰어나고 경험도 많은 베테랑 공격수가 키커로 나서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특히 에콰도르 입장에서는 프로 무대에서 페널티킥 경험이 없는 예레미 사르미엔토, 페널티킥 통산 3회 성공률이 100%이지만 만 17세에 불과한 켄드리 파에스가 키커로 나서는 것은 부담이 컸다. 메시는 커리어 초반 약점으로 지목됐던 페널티킥 능력을 개선해 준수한 키커로 탈바꿈했기에, 승부차기에서 가장 중요한 1번 키커로 나서는 게 당연했다. 두 팀 모두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그것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평균 이하 성공률의 키커 두 명이 양국의 팬들을 좌절케 했다면, 국가대표팀 경력 기준 무려 47.4%의 페널티킥 방어율을 자랑하던 아르헨티나 골키퍼 마르티네스는 이번 경기에서도 기대에 부응했다. 키커의 페널티킥 실패 기댓값이 21%라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발렌시아의 페널티킥은 방향을 잡지 못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가는 운이 따랐다. 승부차기 선방은 모두 실력이었다. 마르티네스는 에콰도르의 1, 2번 키커 슈팅을 모두 깔끔하게 쳐냈다. 1번 키커 메시의 실축으로 인한 악재를 지워버렸다.
이날 승부차기 포함 5번의 페널티킥 중 단 2번만 실점한 마르티네스는 국가대표 통산 페널티킥 방어율을 50%(24회 중 12실점)까지 끌어올렸다.
발렌시아와 메시의 실축이 예상 범위 내에 있었듯이 마르티네스의 승부차기 활약 역시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의 4강 진출이 극적으로 이뤄졌다.(사진=에미 마르티네스, 에네르 발렌시아, 리오넬 메시)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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