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 英보수당의 몰락…충격파 속 '포스트 수낵' 시계제로

서혜림 2024. 7. 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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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190년만 최악의 성적표, 벼랑 끝 내몰려…재창당 수준 재건 '험로'
수낵 1년8개월여만 불명예 퇴진 위기…자중지란 속 당권경쟁 점화할듯
조기 총선 계획 발표하는 英 총리 (런던 신화=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수낵 총리는 총선이 7월 4일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2024.05.23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4일(현지시간) 집권 14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 정권을 내주게 된 영국 집권 보수당이 큰 충격파에 휩싸였다.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몰락하게 된 셈이다. 수권능력을 재입증하며 돌아선 민심을 회복하려면 재창당 수준의 재건이 필요한 벼랑 끝 상황으로 몰리게 돼 험로가 예상된다.

보수당의 패배는 총선 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예견돼왔다. 하지만 노동당(410석)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31석만 확보한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며 '설마'가 '사실'로 확인되자 침통함이 당 주변을 에워쌌다.

리스 수낵 총리는 지난 5월 조기 총선이라는 도박에 가까운 깜짝 승부수를 던지며 반전을 노렸지만, 역전의 드라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수낵 총리는 캠페인 기간 불거진 각종 구설과 논란으로 실점만 더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 참패 책임론을 놓고 자중지란 양상이 빚어지는 가운데 '포스트 수낵' 자리를 둘러싼 차기 당권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등 당이 거센 후폭풍 속에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막판 총선 유세하는 수낵 英 총리 (햄프셔 AP=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햄프셔에서 막판 유세를 하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에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이 야당인 노동당에 큰 격차로 뒤지면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다. 2024.07.04 passion@yna.co.kr

미국 CNN방송은 이날 "엉망이었던 보수당의 캠페인은 당을 사상 최악의 패배 직전에 놓이도록 했다"고 꼬집었다.

캠페인 과정에서 때와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듯한 수낵 총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하고, 캠페인 장소 등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적절한 메시지 전략을 동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낵 총리가 지난 달 6일 선거운동을 위해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이 열린 프랑스에서 조기 귀국하면서 현지에서는 그의 역사적 인식에 대한 비판이 빗발친 바 있다.

또한 캠페인 기간 중 수낵 총리는 타이태닉호를 건조한 북아일랜드의 한 조선소를 방문했는데, 여기에서 '당신도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되레 그의 실정이 부각되는 일도 있었다.

보수당의 참패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결과에 오랜 기간 보수당을 지켜온 정치 원로들도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스코틀랜드 보수당의 당수를 지낸 루스 데이비슨은 스카이뉴스에 "꾸며서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대학살"이라고 말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패에 보수당 내에서는 균열의 징후도 본격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날 자신의 스윈던 지역구에서 패배한 로버트 버클랜드 전 법무부 장관은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보여주기식 정치(performance art politics)에 질렸다"며 동료 정치인들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나의 보수당 동료들은 선출되기 위한 일들에 집중하는 대신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선동적인 사설을 쓰고, 증거도 없는 어리석은 말을 하는 것을 봐왔다"며 "이번 선거에서 놀랍도록 약한 당내 기강을 봤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안드레아 리드섬 전 재무부 경제 담당 차관은 BBC에 보수당이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다"며 유권자들은 "이 모든 일에 지쳤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총리직을 내려놓게 될 수낵 총리는 당수 자리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0월 첫 인도계 '40대 기수'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전면에 등장했지만, 1년8개월여만에 불명예 퇴진 위기에 놓인 셈이다.

당 안팎에서 수낵 총리에 대한 총선 패배 '책임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수낵 총리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될 경우 곧바로 차기 당권 경쟁도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자신의 당을 역사적인 패배로 이끈 이후 수낵 총리는 보수당 대표직 사임을 결정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이번 여름 동안 (당내) 리더십 싸움의 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도 이번 총선 참패로 보수당이 고갈되고 혼란에 빠졌다며 이번 선거 결과가 수낵의 당 대표직을 갈아치울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총선 유세하는 수낵 영국 총리 (런던 AP=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총선 유세를 하고 있다. 수낵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에 크게 뒤지고 있어 오는 4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에서 패배가 유력한 상황이다. 2024.07.03 passion@yna.co.kr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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