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저가 경신 중 네이버 리더들 주식 매도 러시

IT조선 이선율 기자 2024. 7. 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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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태’로 네이버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이어가는 가운데 네이버 일부 경영진의 주식 매도 행위가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했고, 이로 인해 주가 하락세를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대규모 ‘주식 먹튀’ 논란으로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비판을 받은 카카오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 뉴스1

◇ 임원 25명이 20억 이상 자사주 매도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라인야후 사태가 심화된 시점인 올해 4월과 6월 사이 네이버 리더급 이상 임원 총 25명은 20억514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도했다.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많게는 수억원대 규모의 매도를 진행했다.

네이버의 리더 직급은 최고경영자(CEO)와 실무자 사이 중간 관리자급 임원이다. 일반 기업의 상무·전무급 이상 임원으로 분류된다. 네이버는 올해 4월부터 기존 책임리더라는 호칭 대신 ‘리더’라는 호칭으로 통일했다.

네이버 임원 중 김주관 네이버 쇼핑 프로덕트 부문장은 1억7200만원의 자사주를 매도했다. 또 하선영 비즈 CIC 광고상품기획 리더(2억2748만원), 이인희 교육지원 리더(3억3845만원), 이희만 컴플라이언스 리더(4억1955만원) 등은 많은 물량을 장내 매도해 현금화했다.

이외에도 김정미 리더(8363만원), 이정안 리더(8026만원), 김성호 리더(7351만원) 등도 1억원에 가까운 규모의 자사주 매도를 했다.

네이버 측은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가 세금 납부 목적의 이유가 가장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수령에 따른 제세공과금 납부 목적으로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임원 주식 매도 물량. / 내용=금감원 전자공시

◇회복 기미 안보이는 주가가 원인… 시총 6조원 증발

하지만 업계는 자사주 매도를 두고 올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데다 하락만 하고 있는 네이버 주가와 연관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네이버 주가는 4일 기준 15만9800원에 마감됐다.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주가 폭락으로 네이버 시가총액은 두 달만에 6조원 이상 증발했다. 이날 네이버 시가총액은 25조9529억원으로 코스피 1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말 코스피 순위 8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4단계나 순위가 밀려났다.

네이버 경영진의 매도 행렬은 2022년 10월 ‘포쉬마크’를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시장 평가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던 때에도 발견됐다. 당시 임준현·강태은 책임리더는 20만~21만원대에 각각 815주와 1400주를 매도해 차익실현을 했다.

이들의 매도 타이밍은 네이버가 포쉬마크 인수 발표를 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포쉬마크 인수 발표 이후 네이버 주가는 15만원대로 떨어졌다. 강태은 리더는 올해 4월 라인야후 사태 시기에도 146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도했다.

◇ ‘주식 먹튀’ 카카오와 닮은꼴

업계 일각에서 네이버 경영진의 행위가 과거 카카오 경영진의 주식 먹튀 사태와 닮았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유다.

2021년 말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진 8명은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주를 팔아 900억원을 현금화했다. 당시 여파로 카카오페이 주가는 29%쯤 폭락했다.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카카오 재직기간동안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주식을 장내에서 전량 매도해 현금 76억원을 챙겨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가 불거졌다.

카카오 역시 현재 네이버와 비슷하게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효진 성과리더, 허명주 성과리더 등 일부 임원들이 주가 하락이 두드러지는 시기 수억원대 주식을 매도해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 임원 주식 매도 물량

◇경영진 ‘모럴해저드’ 논란

업계 일각에서는 또한 네이버 임원들의 행위를 두고 모럴해저드와 다름없다고 본다. 특히 라인야후 사태로 연일 신저가를 이어가는 악재 상황에서 네이버 여러 임원들의 주식매도 행렬은 주가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처럼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 수십여명의 경영진이 줄줄이 주식을 매도한 행위는 모럴해저드에 가깝다”면서 “통상적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임원이 많은 물량의 매도를 하게 될 경우 이유를 명시하는데, 네이버 해명은 다소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려운 시기 임원의 자사주 매도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회사 측에서도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이 주식을 파는 행위는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며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 위축세를 부추기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대규모 매도세가 강화된다거나 회사의 사업성과 지배구조 변화 등이 생겼을때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임원이나 경영진이 주식을 파는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시장에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과거 카카오는 경영진의 주식 먹튀 건으로 도덕적 문제가 불거졌고 이는 카카오 미래에 불신으로 이어져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도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이 시기 경영진의 매도 움직임은 미래 불확실성을 키워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조선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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