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민주당 불구경’… 추가토론 제안하며 여유

“제한 없이 붙어보자” 궁지 몰아
바이든 사퇴고려 부통령 조율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미국 공화당 후보로 11월 대선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대통령이 4일 첫 TV토론 참패 후 거센 후보사퇴론에 시달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건없는 일대일 추가토론을 제안해 더 궁지로 몰았다. TV토론 승리에 이어 연방대법원 면책특권 인정 등으로 재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별 일정 없이 후보사퇴론에 휘말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관망하며 부통령 러닝메이트 낙점을 조율하는 여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SNS를 통해 “나는 비뚤어진 조 바이든 무능 퍼즐에 대한 답을 갖고 있다”며 “다시 토론하자. 하지만 이번에는 제한 없이 우리 둘만 무대에 올라 미국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론”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전처럼 우리 둘이 일대일로 옛날 방식으로 토론한다면 얼마나 멋진 저녁이 될까. 언제, 어디서든, 어떤 장소든!”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주제로 국경문제를 비롯해 성소수자, 전기차, 물가상승 등을 거론하며 “엄청난 압박 속에서 그의 능력 또는 부족함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게도 또 다른 시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토론 제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교체 압박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을 한층 더 궁지에 내몰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원색적 비난 공세도 폈다. 그는 이날 오전 SNS에 “토론회에서 개처럼 헐떡이고 공연이 끝나자 감기 탓을 하는 등 정적을 쫓기 위해 검찰을 이용하는 무능력한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에게 행복한 독립기념일을 보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사퇴 시 유력 대타로 거론되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도 “(2020년) 민주당 경선에서 아이오와에 도착하기도 전에 패하고 중도하차하는 등 부진했지만 그렇다고 매우 재능있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한편 바이든 사퇴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선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시 대타로 거론되는 후보들이 50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젊은 데다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가 될 경우 여성·유색인종 유권자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쿠바계(히스패닉), J D 밴스 상원의원은 최연소(39세),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은 여성이라는 점 등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