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4년 만의 정권교체’ 이룬 노동당 총리 스타머…“카리스마 없지만 이기는 정당 만들어” 평가

박은경 기자 2024. 7. 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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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역구인 그레이터런던의 홀본·세인트팬크러스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조기 총선 출구조사에서 노동당이 압승해 1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스타머 대표는 5일 자신의 지역구인 그레이터런던 홀본·세인트팬크러스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민주주의의 심장은 (정부 기관이 밀집해 있는) 웨스트민스터나 화이트홀이 아니라 시청, 주민센터,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의 손에서 뛰고 있다”며 자신과 노동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모든 것은 당신(지역주민)으로부터 시작된다. 변화는 이 지역사회에서 시작된다”며 “나는 여러분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고 여러분의 편이 되어줄 것이며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스타머 대표는 이날 리시 수낵 현 총리(보수당)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직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는 절차를 거쳐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룬 스타머 대표는 런던 외곽 서리의 좌파 노동계층 가정에서 자랐다. 공구 제작공이었던 아버지와의 관계는 소원했고 간호사였던 어머니는 지병을 앓았다. 부모는 그의 이름인 키어를 노동당을 창당한 키어 하디에서 따왔다.

그는 리즈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후 옥스퍼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가족 중 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스타머 대표는 인권 변호사를 거쳐 2008년부터 5년간 잉글랜드·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냈다. 맥도널드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당한 환경운동가를 변호하면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하원에 입성한 그는 2020년 제러미 코빈 당시 노동당 대표의 뒤를 이어 당 대표 자리에 오른 뒤 당을 재편했다. 그는 코빈 전 대표 시절 노동당이 추진했던 에너지기업 국유화, 근로소득세율 인상 등을 철회하는 등 당을 오른쪽으로 옮겨놓으며 중도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당내 반유대주의를 근절했고, 군대에 대한 지원을 약속해 ‘노동당은 반애국적’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스타머 대표는 카리스마나 스타성은 부족하지만 정권 교체를 목표로 당을 결집하고 변화를 추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AP통신은 “스타머 대표가 지루하고 정치적 야심이 없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의 리더십 하에서 노동당의 인기가 급증했다”고 짚었다. AFP통신은 “가차 없는 야심과 강력한 직업윤리로 자신을 영국에서 가장 높은 선출직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역시 스타머에게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보수당)나 ‘제3의 길’ 토니 블레어 전 총리(노동당) 같은 카리스마는 없다면서도 “보수당 총리 3명이 실패한 경험을 기회로 삼아 무자비한 효율성을 보여주며 노동당을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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