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복과 물복[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2024. 7. 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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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의 계절이 왔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유통되는 복숭아의 종류가 100종이 넘는다지만 복숭아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딱 두 종류이다.

새로운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은 각각에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차례로 '딱복'과 '물복'이다.

그러니 딱복과 물복의 시기 모두를 악착같이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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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의 계절이 왔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유통되는 복숭아의 종류가 100종이 넘는다지만 복숭아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딱 두 종류이다. 하나는 딱딱해서 이로 베어 물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컹해서 입술로 눌러 먹어도 되는 것이다. 새로운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은 각각에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차례로 ‘딱복’과 ‘물복’이다. 과일에는 ‘딱딱한’과 ‘물’이 어울리지 않지만 이것이 붙은 두 단어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우리는 과일을 먹을 때 ‘과육’에 눈독을 들이지만 과일을 만들어내는 식물의 입장에서는 ‘씨’가 목적이다. 따라서 아직 씨가 다 여물지 않았으면 과육은 딱딱하고 달지도 않다. 그래야 짐승이나 인간이 먹지 않으니 식물은 그만큼의 시간을 벌어 씨앗이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것은 안중에 없다. 적당히 당도가 올라 딱딱하더라도 씹는 맛을 즐길 수 있으면 먹는다. 그리고 당도가 최고치에 다다라 물처럼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를 두고 사람들은 쓸데없는 논쟁을 벌인다. 탕수육을 두고 ‘부먹’과 ‘찍먹’의 논쟁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과일에까지 그 싸움을 확대한 것이다. 복숭아뿐만 아니라 감에도 이 싸움이 번져 땡감만 아니라면 ‘딱감’과 홍시 사이에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데 결국은 취향의 문제다. 통조림에 담긴 황도 같은, 혹은 까치와 나눠 먹어도 될 정도의 물컹한 과육을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딱복과 물복을 사람에게 적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딱딱하지만 패기가 느껴지는 젊은 시절과 물컹하지만 연륜이 느껴지는 노년의 삶 중 어느 것이 나은가? 만나서 교류할 대상은 선택할 수 있지만 자신의 삶은 선택할 수 없다. 누구나 땡감으로 태어나서 홍시로 죽는다. 그러니 딱복과 물복의 시기 모두를 악착같이 즐겨야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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