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아이들의 긴 여름 방학, 학원 아닌 '캠프'가 채운다[통신One]

김남희 통신원 2024. 7. 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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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클럽·여름 캠프·카약 등 다채로운 활동으로 채우는 여름 방학
캐나다 여름 방학 캠프를 신청한 아이들이 공원에서 레크레이션을 한 후 각자 준비한 점심을 먹고 자원봉사자들과 다음 활동을 기다리는고 있다. 2024.07.04/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한국에서는 방학이 되면 학원마다 앞다투어 내보내는 방학 특강 광고지들이 넘쳐나지만 캐나다에서는 여름 캠프 프로그램 광고지가 우편함을 가득 채우면 비로소 여름 방학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아들의 여름 방학이 시작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겨울 방학은 불과 2주밖에 없었지만, 여름 방학은 거의 10주 정도 된다. 추운 겨울 방학은 짧아도 너무 짧고, 왜 학교에 더 많이 나오라고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겨우내 학교에서 절반은 아이를 책임져 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반면 여름 방학은 한국보다 한 달이나 일찍 시작한다. 개학은 저 멀리 어디쯤 있긴 한지 꼬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매일 엄마들을 괴롭히던 도시락 싸기 숙제가 없어져 편하다 싶었지만, 두 달이 넘는 방학 동안 긴 하루를 아이와 어떻게 보낼지 더 큰 숙제가 주어졌다. 아이들의 방학이 부모에게는 개학이 된 셈이다.

추측건대 이렇게 긴 여름 방학을 주는 것은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여름을 만끽하며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인 것 같다. 그래서 캐나다인들은 가족끼리 긴 여행도 다니고, 캠핑카와 보트 등을 매달고 여기저기 자연 속으로 떠난다.

하지만 여행도 하루 이틀이지 아이가 매일 방바닥만 비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진다. 각종 기계를 총동원해 게임만 하게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우선 캐나다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여기에 사는 한국 아이들은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귀동냥, 눈동냥으로 많은 정보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막상 알아보니 여름 방학 프로그램이 선택하기 힘들 정도로 넘쳐났다. 먼저 마을 도서관에는 방학 독서클럽이 꽤 활성화되어 있다. 학습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지만 이 나라는 아이들이 책 읽기에는 꽤 진심이다.

독서 클럽 프로그램은 책을 읽고 빙고 게임, 독서 퀴즈, 스티커를 통한 보상 등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지루하지 않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이 책을 놀이로 생각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방학 전에는 미리 신청받고 도서관에서는 책 제목만 적으면 되는 독서 노트를 나눠주며, 신청한 아이들을 미리 불러와 사전에 영화를 보여주어 도서관이란 장소를 친근하게 접하게 해준다. 방학 동안에는 아이들은 독서일지를 채우면서 활동을 하는데, 방학이 끝날 때쯤에는 그 지역의 시장이 직접 찾아와 아이들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

우리 집 우체통에도 한가득 들어있던 여름 방학 캠프도 재미있게 시간 때우기에 좋은 해결책이다. YMCA·지역 공원·동물원·교회·적십자 협회·수영장·스케이트 장 등 지역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들에서는 대부분 여름방학 캠프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을 모집한다.

프로그램은 대부분 수영·승마·동물 체험·집라인·카약과 같은 액티비티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종이접기·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여름 방학 캠프 프로그램들은 그냥 딱 봐도 '이번 여름 방학도 재미있게 보내야 하지 않겠니? 너를 아주 재미있게 해줄게'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즐겁게 방학을 보내게 해주고 싶은 어른들의 속삭임이 느껴진다.

여름 방학 캠프는 대부분 조기에 마감된다. 나도 2주짜리 캠프를 광클릭을 해서 겨우 예약을 완료했다. 비용은 캠프마다 다르지만 보통 일주일에 190불(약 19만 원)부터 시작되며, 대부분 하루 종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너무 슬프게도 도시락을 매일 싸줘야 하지만, 약 500불 정도(약 50만 원)의 캠프라면 4박 5일 동안 숙식 걱정은 없다.

중·고등학생들은 캠프나 도서관 프로그램 외에도 봉사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하면서 나름대로 방학을 알차게 보낸다. 우리 아이가 참여하는 캠프에도 선생님 외에 자원봉사자가 함께해 아동 관리와 돌봄을 담당한다.

그리고 방학에는 남녀 모두가 다양한 스포츠를 필수적으로 배우곤 한다. 농구·하키·스케이팅·수영 등 여러 종목을 배우며, 지역 체육관들은 일반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방학용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적으로 스포츠를 가르친다.

처음 맞이하는 방학은 여러모로 고민스러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인지라 이 긴 시간을 아이의 학습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휴식에 맞춰야 할지…사실 선택지가 제한적이어서 더 어려웠다. 캐나다에서 학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했고, 반면 휴식에 집중하자니 자연을 벗 삼지 않는 한 별로 할 것이 없는 지역이라 심심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어느새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당연히 '휴식'을 선택한 아이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책가방을 어딘가에 내동댕이쳤다. 방학은 놀라고 있는 거라고 목청 높여 말하며 오로지 밥을 먹고 게임을 하는 데에만 바삐 손을 놀린다. 그 손에 연필이 들리는 날에는 천지가 개벽할지도 모른다.

간간히 독서도 해주시고, 태권도에서 발차기 몇 번 하고,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한 번 하고 나면 또 하루가 간다. 며칠 여행도 떠나보고, 여름 캠프도 가보고, 동네 수영장에서 물장구도 치며 캐나다의 여름 방학은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zziobe10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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