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은 한번 쓰고 버리는 카드”

박성제 전 엠비시 사장 “친윤 방문진 이사들 임명 뒤 탄핵 전 사퇴 임무”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던 중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대선 캠프 언론특보 출신인 이진숙(63) 전 대전문화방송(MBC) 사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하며 “언론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왔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위원장은 5일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언론인으로도 인정받았다’는 것은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우리 언론인들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 이후 이른바 엠비시의 암흑기에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라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엠비시의 ‘전원 구조’ 오보를 언급했다. 그는 “이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엠비시 보도본부장으로 보도의 최고 책임자였다”며 “다른 언론사도 오보를 냈지만 엠비시의 상황은 다른 것이 당시 목포 엠비시에서 전원 구조가 아니라는 보고가 올라왔음에도 당시 보도국 내에서 다 묵살되고 전원 구조 오보가 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민간인 잠수사 사망을 두고도 ‘유족들이 조급증을 내서 인명피해가 났다’는 식의 보도가 나갔다면서 “이런 있을 수 없는 반인륜적인 보도가 이진숙 본부장 시절에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2014년 5월13일 ‘전국엠비시기자회’는 성명을 내고 “세월호와 관련한 최악의 오보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나온 ‘학생 전원 구조’일 것”이라며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 그리고 국민에게 엠비시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 숙인 바 있다.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도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전원구조 오보 등 편파 왜곡 보도의 책임”을 물어 이 후보자를 공천 부적격자 명단에 올렸었다.

엠비시 전 사장들도 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박성제 전 엠비시 사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에게 이진숙은 가장 악역이 필요한 시기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카드”라며 “이번 방통위원장은 엠비시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을 윤 정권에 충성하는 자들로 임명해 버리고 탄핵당하기 전에 사퇴하는 것이 임무”라고 주장했다.

최승호 전 엠비시 사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2010년 8월) ‘피디(PD)수첩-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을 방송하려 했을 때 김재철씨(당시 엠비시 사장)가 불방을 시켰는데, 이진숙 당시 홍보국장이 김재철씨의 결정을 극구 보위하던 기억이 난다”며 “이진숙씨는 본인이 그처럼 언론자유를 탄압해서 권력에 대한 견제를 어렵게 했던 것, 그래서 결국 4대강사업이 이뤄지고 오늘날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사장과 최 전 사장은 각각 기자와 피디로 엠비시에 재직 중이던 2012년 김재철 당시 사장 체제의 불공정 방송에 항의하는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바 있다.

문화방송 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방송 홍보국장과 기획홍보본부장을 지내며 문화방송 민영화 밀실 추진, 노조 탄압 연루 의혹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이 후보자는 2012년 문화방송 기자회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엔 보도본부장과 대전문화방송 대표이사를 지냈고, 퇴직 뒤인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했다. 2021년 8월에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언론특보로 합류해 시민사회총괄본부 대변인을 맡았다. 특히 이 후보자는 지난해 6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폭도들의 선전선동’이라고 주장하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극우 성향 댓글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