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14년 만에 정권 교체 이뤄낸 英 차기 총리 키어 스타머

김효선 기자 2024. 7. 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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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구 조사 결과가 현실화할 경우 영국 총리는 현재의 리시 수낵 보수당 대표에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고든 브라운(2007~2010) 이후 14년 만의 노동당 총리다.

4일(현지 시각) 오후 10시 투표 마감과 함께 공개된 출구 조사에서 노동당은 650석의 하원 의석 가운데 410석, 집권 보수당은 131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의석 대비 노동당은 209석이 늘고, 보수당은 241석 줄어드는 것이다. 집권 보수당은 14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조기 총선을 하루 앞둔 3일(현지 시각) 레디치에서 유세 도중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스타머 대표는 출구 조사 공개 직후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을 위해 캠페인을 벌인 모든 분께, 변화한 노동당을 믿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 인권변호사 거쳐 검찰청장 지낸 ‘스타머 경’

스타머 대표는 1962년 영국 런던에서 공구 제작자였던 아버지와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타머 대표는 질병을 앓았던 어머니가 NHS의 도움을 받은 것을 보고, NHS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2021년 노동당 연례 대회에서는 “어머니의 생계 수단이었던 NHS가 어머니의 생명선이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머 대표의 부모님은 모두 노동당 지지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름인 ‘키어’도 초대 노동당 의원 키어 하디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는 키어라는 이름 때문에 어린 시절 놀림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키어는 아일랜드어로 ‘어둡고 우울한’이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리즈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스타머 대표는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가족 중 처음 나온 대학 졸업자였다. 이후에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잉글랜드·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 검찰청(CPS) 청장을 지냈다. 임기가 끝난 후 검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당시 찰스 왕세자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키어 스타머 ‘경(卿·Sir)’이라고 불린다.

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의 젊은 시절. /영국 노동당 홈페이지 캡쳐

◇ 늦깎이 정치인, 9년 만에 총리 자리 오르다

기사 작위를 받고 1년 뒤 스타머 대표는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다. 당시 52세이던 스타머 대표는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늦깎이’ 정치인이 됐다. 스타머 대표는 2019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임자 제러미 코빈에 이어 2020년 노동당 대표로 선출되며 승승장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타머 대표의 정치 경력은 52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됐지만, 그는 노동당 내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라고 평가했다.

스타머 대표는 왼쪽으로 기울었던 노동당을 중도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임자였던 제러미 코빈 대표가 제안했던 영국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을 철회하고, 노동자 가족에 대한 세금 인상 방안도 바꿨다.

WP는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을 극좌 성향의 코빈주의(Corbynist)에서 벗어나 보다 중도적이고 선거에 유리한 당으로 재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이는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들과 자본주의 이해관계자들 모두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라고 평가했다. 코빈주의는 전 노동당 대표였던 제러미 코빈 정치 노선이나 그와 유사한 정책을 따르는 이들을 가리킨다.

◇ “카리스마 다소 부족, 충성파 적어”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하기도 한다. 1997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418석으로 압승하며 18년간의 보수당 정권을 뒤집고 여당이 됐고, 블레어가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됐다. 다만 스타머 총리는 블레어 전 총리보다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는다.

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와 그의 아내 빅토리아. /AP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머는 진지하고 강렬하며 실용적이지만 카리스마가 넘치지는 않는다”며 “스타성은 없지만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노동당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런던 퀸메리 대학교 정치학자 팀 베일은 AP에 “스타머는 (블레어에 견주기에는) 카리스마는 부족하다”면서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인들이 견뎌야 했던 혼란을 감안할 때, 대중은 (스타머의) 지루함을 그렇게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당 내외에 스타머 대표의 반대 세력이 있어 난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당내에서는 그가 당을 중도적으로 변모시킨 탓에 노동당의 색깔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스티븐 필딩 노팅엄대 교수는 “스타머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노동당에 반대할 이유를 주지 않는 것이었고, 그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도 “그는 사람들에게 노동당에 투표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는 데는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강경 좌파 ‘코빈파’의 일원인 제임스 슈나이더는 “그는 기득권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의 권위를 회복하고자 한다”면서 “점점 더 기득권의 위치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NYT는 당내 충성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스타머 대표의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스타머 대표는 5일 보수당 리시 수낵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직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는 절차를 통해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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