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 티파니 영 "송강호 선배님과 호흡, 평생 간직하고 싶은 보석함이죠"[인터뷰]

신영선 기자 2024. 7. 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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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써브라임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티파니 영이 '소녀시대'라는 탄탄한 껍질의 알을 깨고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부터 뮤지컬 '시카고'까지 가수라는 본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멀티테이너' 티파니 영이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만나 함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티파니 영은 김산(변요한 분)을 도와 대한민국에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레이철 정 역으로 극의 큰 축을 담당하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뮤지컬 '시카고'에서는 정부인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코러스 걸 록시 하트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지난 6월 2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티파니 영은 "'삼식이 삼촌'이라는 스테이지 속 레이첼은 너무 좋은 퍼포먼스였다"며 작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삼식이 삼촌' 출연이요? 좋은 세계관을 찾던 와중에 대본에 대한 소문을 듣고 너무 좋아서 대본이 없었는데도 어떻게 출연할 수 있는지 찾았죠. 작품에 대한 결정은 좋은 무대와 퍼포먼스라면 언제라도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에요. '삼식이 삼촌'에서 레이첼의 첫 등장 신은 특히 제 연기 인생에서 길이 남을 장면이에요.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했어요. 시나리오가 워낙 좋았는데 감독님, 변요한 배우와 상의도 많이 하고 여러 버전으로 찍었어요. 어떤 신을 찍을 때 파트너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변요한 배우에게 서포트를 많이 받았어요. 드라마에서는 레이첼이 김산을 서포트하는데 현실에서는 반대였죠. 정말 너무 감사해요."

출처=써브라임

티파니 영이 연기한 레이첼 정은 자신이 선택한 파트너 김산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인물이다. 김산과 애정 관계이면서 같은 목표를 함께하다 보니 출연하는 내내 김산 역의 변요한과 함께 호흡하는 장면 많다. 티파니 영의 연기를 향한 열정과 넘치는 에너지는 포용력 넓은 배우 변요환과 완벽한 합을 이끌어 냈다.

"저는 소녀시대 멤버로서 노래를 하고 춤을 췄던 사람이고, 또 계획적인 'J'성향이기도 해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체크리스트 세워서 땅땅땅 도장 찍듯 일을 해치우는 편이에요. 그런 저에게 변요한 배우가 최고의 조언을 해줬죠. '우리가 준비한 만큼에서 더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준비를 했으니까 다 잘 될 거야'라고요. 결국 준비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요. 저에게는 현장에서 멘토와 같은 사람이었어요. 변요한 배우가 저의 넘치는 에너지를 받아줘서 너무 고마워요. 변요한 배우의 영화나 드라마 필모, 패션까지 그의 선택들이 모두 멋지다고 생각해요."

'삼식이 삼촌'은 옷차림 하나에도 세심한 디테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여성 배우가 적은 탓에 모두가 칙칙한 양복을 입고 나오지만 레이첼 만은 다르다. 극 중 미국 국적으로 일명 '외국물'을 먹은 탓에 옷, 행동에서 진취적이고 거침이 없다. 레이첼의 심경이나 극의 흐름에 따라 그의 옷차림도 미묘하게 바뀐다. 극을 보는 내내 레이첼의 화려한 복고풍 옷차림과 그 속에 숨은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극 중에 여러 컬러의 옷을 입었는데, 초반엔 화이트만 입어요. 그 시대에 화이트를 입을 수 있다는 게 레이첼의 사회적 위치나 여유가 느껴지는 부분이죠. 김산와 레이첼이 꿈을 공유한 다음 날에는 핑크색을 입고요. 극 중에 재미있는 디테일이 많고 대사가 없이 짧게 나오는 장면에서도 의상으로 의도를 드러낼 수 있는 장치가 있었어요. 저는 1막과 2막으로 나누고 여주가 다르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는데, 앞부분에서는 김산과 눈도 잘 안 마주쳤어요. 1막 여주와의 서사를 지켜주고 싶었죠. 특히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김산과 결혼을 한 설정이에요. 현장에 아이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많이 울어서 그 장면은 삽입이 안 됐죠."

출처=써브라임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 가수에서 연기하는 배우로 저변을 넓히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터다. '소녀시대' 시절에도 '노력파' 가수였던 티파니 영은 현장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는 가장 늦게 퇴근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제가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송강호 선배님을 비롯한 수많은 선배님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평생 간직하고 또 가져갈 수 있는 보석함이에요. 제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거든요. 관찰하며 배우는 스타일이에요. 그날의 호흡, 온도 모두 기억하려고 노력하죠. 그 모든 순간이 선물이에요. 그러고는 나중에 그 순간들을 꺼내보면 도움 될 것들이 많아요.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건 20대부터였지만 30대부터 시작했어요. 그 덕에 더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어요."

18세에 소녀시대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 티파니 영은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맛봤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발을 뻗고 있다.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알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쌓아간다는 것에 집요하게 집착했는데, 그게 앨범이에요. 정규 앨범, 투어에 집착했어요. 배우로서 길이 남는 건 작품이고, 그런 부분들이 통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인내심을 가져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작업물이 쌓여가는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그 과정을 기다릴 수 있는 거죠. 어른이 될수록 소리를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과 땀이 거쳐서 만들어지는 걸 알게 돼요. 배우 자신은 표현하는 악기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 작품을 만났을 때 온몸을 던져서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어릴 때 음악과 연기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는데, 누군가에게 제 경험을 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기를 하려고 해요.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게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인 것 같아요. 심플 이즈 베스트(Simple is best)잖아요. 저 자신은 화려함보다는 심플한 게 맞아요. 하지만 일이 지루하면 슬플 것 같아요. 상상력을 발산하는 데 있어서는 화려한 게 좋아요. 저만의 세상을 건설할 수 있으니까. 제 성향과도 잘 맞죠.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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