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남복 1회전에 문 연 센터코트, 만원관중 기립박수에 발코니 세리머니까지···마지막 윔블던 나선 머리 “더 뛰고 싶지만”
영국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남자 복식 1회전 경기가 열렸다. 영국 테니스 레전드 앤디 머리의 은퇴 세리머니를 위해서다.
형 제이미와 복식을 이룬 머리는 5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1회전에서 링키 히지카타-존 피어스(이상 호주) 조에 0-2(6-7<6-8> 4-6)로 졌다.
머리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예고했고, 일단 2024 파리 올림픽이 마지막 무대가 될 전망이다. 머리는 거의 20년간 이어진 남자 테니스 ‘빅3’ 시대에 ‘3강’을 위협한 선수다. 세 번의 메이저 타이틀 따냈고, 그 가운데 두 번(2013·2016)을 안방에서 열리는 윔블던에서 우승하며 자국 내에서 레전드 대우를 받는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머리의 마지막 윔블던 무대에 대회측은 이날 깜짝 은퇴 세리머니를 했다. 어쩌면 머리의 마지막 윔블던,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센터코트에는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표를 구하지 못한 수 백명의 팬들이 밤새 머리 마운드에서 경기를 기다렸다.
머리는 센터코트에 입장하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등도 머리의 마지막 윔블던 플레이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댄 에반스, 잭 드레이퍼, 캐머런 노리 등 영국 후배 선수들과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존 매켄로 등 레전드도 함께 했다.
경기장에서는 머리의 헌정 영상이 공개됐고,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등 동시대에 활약한 동료들이 덕담을 건넸다.
경기 뒤 주최측은 머리에게 전통적으로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세리머니 기회도 줬다. 머리는 센터코트의 대리석 복도를 지나 2층 발코니에서 팬들에게 인사했다.
머리는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줘 감사하다. 제가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면서 “코트에서 영원히 플레이하고 싶지만 신체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2019년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끼워넣는 큰 수술을 받는 등 머리는 커리어 막판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이후에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타이틀을 따냈다. 사실 이번 윔블던 출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윔블던을 앞두고 다리 신경을 압박하는 척추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마지막 윔블던 출전도 무산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머리의 출전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남자 단식 출전은 최종적으로 무산됐지만, 플레이 시간이 짧은 남자 복식에 형과 출전했다. 그는 “형과 함께 뛰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전에는 기회가 없었는데 한 번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머리 에마 라두카누(영국)와 한 조로 출전하는 혼합 복식 경기를 끝으로 자신의 윔블던 경력을 마치게 된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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