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끊임없이 바뀐 서해안 ‘기회의 땅’으로[북리뷰]

장상민 기자 2024. 7. 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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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정체성을 도시문헌학자로 정의하는 김시덕 박사가 내놓은 새 책의 문제의식은 경매에 나온 오래된 책의 한 구절에서 시작한다.

한편 저자의 또 다른 책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와 '한국 도시의 미래'는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줘 부동산업계에선 필수 교양서로 통하는데, 이번에도 저자는 서해안의 가능성과 미래를 내다본다.

저자는 발전계획 수립 이유가 서해안이 자유주의의 최전선으로서 미개척의 땅 중국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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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명의 최전선
김시덕 지음│열린책들
인천·시흥서 시작해 서천까지
1970년대 간척이후 ‘벽해상전’
中 맞닿은 서천 일대 콕 찍어
“여전히 획기적 가능성 가진 땅”
갯벌과 염전이 있던 인천 송도 지역이 대대적인 간척 사업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근대화 또는 도시화라는 것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땅과 사람의 변화 곧 그 쓰임새가 바뀐 땅에서 그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오던 사람들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느냐 하는 것이다.’(‘한국의 발견:경기도’(뿌리깊은나무·1983) 중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도시문헌학자로 정의하는 김시덕 박사가 내놓은 새 책의 문제의식은 경매에 나온 오래된 책의 한 구절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전작인 ‘서울 선언’과 ‘갈등 도시’를 통해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살폈다. 또한 서울을 수도권으로 확장시킨 ‘대서울’로 정의했다. 이후 ‘대서울의 길’에서 경기도의 발전상까지 짚었으니 저자의 눈은 자연스레 경기도와 맞닿은 서해안으로 향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서해안 지역이 ‘한국 문명의 최전선’에 서 있었으며 여전히 그 가능성이 잠재된 곳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게 ‘문명의 최전선’의 증거는 끊임없는 변동성이다. ‘한국의 발견’의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 변동이란 땅과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고 인천, 시흥, 안산에서 시작해 천안과 아산을 거쳐 서천에 닿는 서해안은 이 조건에 가장 적절히 부합한다.

저자는 먼저 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해안은 1970년대 이후 적극적인 간척 사업의 추진으로 가장 많은 해안선의 변화가 발생한 곳이다. 책은 해당 지역들의 1910년대 항공사진, 고지도 등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며 얼마나 많은 바다가 새로운 땅이 되었는지 검증해 나간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할 만큼의 대변천을 뜻하는 말이라면 저자는 서해안이 ‘벽해상전’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염전 ‘주안 염전’ 터에 만들어진 기념비. 열린책들 제공

또한 ‘새로운 땅’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킨다. 서해안은 태안과 인천 두 항구로 연결됐다. 자연스레 사람들도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항구에 모여 살았다. 그러나 간척 이후 서해선(지금의 장항선) 철도가 적극적으로 확장됐고 서해안 고속도로까지 개통하며 물자와 인구의 내륙 이동이 빨라지고 새로운 도시가 발전하게 된다.

저자는 생활 변화사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산업의 변화를 짚는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염전인 주안염전의 증거부터 남동공단이 들어선 남동염전, 시흥의 공단지구로 변모한 소래염전과 군자염전의 흔적을 찾아낸다. 또한 당진과 아산만, 태안반도 등의 변모 과정을 살피며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고 외쳤던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꿈이 이뤄진 지역이라는 사실도 놓치지 않는다.

한편 저자의 또 다른 책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와 ‘한국 도시의 미래’는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줘 부동산업계에선 필수 교양서로 통하는데, 이번에도 저자는 서해안의 가능성과 미래를 내다본다. 저자는 특히 홍성 북부 내포신도시에 집중한다. 충남도청이 이전했고 새로운 서해선이 직통으로 지나가 ‘서울 1시간’의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의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기존 방식의 효과는 미미하며 인구 증가와 땅값 상승을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저자는 다시 한번 눈을 돌려 홍성 남부와 보령, 서천을 진정한 가능성의 땅이라고 말한다. 특히 서천 장항읍은 과거 비인선 철도와 군장산업단지 조성계획 등 변동의 최전선에 섰던 도시다. 저자는 발전계획 수립 이유가 서해안이 자유주의의 최전선으로서 미개척의 땅 중국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획의 폐기 이유도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정책의 미진한 성과 때문이었다고 짚는다. 그렇기에 여전히 서천 일대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의 여정은 오래된 책방의 고문서에서 시작해 대중교통으로 진행됐다. 변화해 사라지는 모든 땅의 역사를 기억하는 마지막 증인으로서 그 여정에 동참하고 싶은 독자라면 흥미진진한 책장 넘기기를 멈추지 못하리라 확신한다. 624쪽, 2만7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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