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국 돌며… 열 일곱살 때 5000 종의 새를 만났다[북리뷰]

서종민 기자 2024. 7. 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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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마이아의 3000번째 새야."

2002년생 저자는 자신을 꽉 껴안은 아버지가 이 말을 했던 순간을 '전환점'이라고 썼다.

"내 도넛 반쪽 당신이 먹을래?" 어머니가 누구보다 먼저 '푸에르테스'라는 희귀종을 포착했던 날 들뜬 투로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던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저자에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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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드걸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지음│신혜빈 옮김│문학동네

“저게 마이아의 3000번째 새야.”

2002년생 저자는 자신을 꽉 껴안은 아버지가 이 말을 했던 순간을 ‘전환점’이라고 썼다. 생후 9일 만에 아버지에게 안겨 ‘탐조’(探鳥·조류 생태 등을 관찰하고 탐색)의 세계로 들어간 지 11년 만이었다. 그리고 2019년 여름, 전 세계 새 종류의 절반에 달한 5000번째 탐조 기록을 최연소로 남겼다. 7개 대륙, 40개 국가에서의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 여정의 제1 동력은 어머니와의 행복이었다. 흔히 조울증이라고 하는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던 어머니는 자살 충동·수면 부족·공황 발작에 시달렸다. 아버지에게 젊은 시절 취미였던 탐조 활동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절실한 방책이 됐다. “내 도넛 반쪽 당신이 먹을래?” 어머니가 누구보다 먼저 ‘푸에르테스’라는 희귀종을 포착했던 날 들뜬 투로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던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저자에게 남아 있다. 가능한 한 자주 어머니를 죽음으로부터 떼놓는 시간이 필요했던 아버지와 딸은 탐조를 하고 또 했다. “나와 함께 있을 때면 엄마는 늘 약간은 ‘과하게 행복해’ 보였다.”

그의 탐조 일기는 ‘정의’에 대한 탐구로 도약했다. 방글라데시계 영국인 어머니가 가고 싶어 했던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그곳에서도 탐조 문화가 활발했지만, 영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탐조를 하는 동안 방글라데시인을 만나지 못했다는 자각이었다. “방글라데시 사람은커녕 일단 여자부터가 없어.” 성, 인종 불균형은 탐조 세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환경보전이라는 명목 아래 ‘백인 남성’ 위주로 조직돼 있는 단체들이 벌이는 인종차별 행태에 맞서는 운동가가 됐다. 저자는 “내 목표는 언제나 암울한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게으른 신념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 속 인종 평등’이라는 캠페인을 만들었고, 관련 자선단체 설립까지 주도하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그레타 툰베리 등과 함께 ‘기후 정의’에 앞장서면서도, 그 운동 속에 숨어 있는 차별점을 탐조를 하듯이 포착했다.

“새들의 단순하고도 본능적인 삶의 방식이 오랜 시간에 걸쳐 나를 귀 기울여 듣고, 자세히 보고, 끈기를 발휘하도록 이끌었다.” 저자의 5000번째 탐조 대상이 된 ‘하피수리’가 책 표지의 삽화로 들어갔다. 자식을 위해 필사적인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하피수리를 저자는 자신의 마스코트로 삼았다. 마치 자신의 가족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464쪽, 1만98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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