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문제 입 닫은 북한…그 와중에 이 여성의 파격 승진, 이유는? [스프]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4. 7.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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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6월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니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노동당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당이 곧 국가인 북한에서 노동당 전원회의는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 회의인데, 최근 들어 북한은 매년 6월과 12월 전원회의를 정례적으로 갖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연말 전원회의에서 한 해를 평가하고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운 뒤, 6월 전원회의에서 한 해 계획의 수행 상황을 중간 평가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번 당 전원회의도 올해 상반기 사업을 평가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 관심을 갖는 부분은 북한의 대내적인 사업보다는 대남, 대미 정책 같은 북한의 대외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번 전원회의 보도를 보면, 대외 관계에 대한 내용이 아예 빠져 있습니다. 당과 국가의 중요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대외 관계가 아예 논의되지 않은 것일까요?

북한 노동당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전원회의에서 대외 관계 언급 안 했던 사례

북한이 당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대외 관계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2021년 말에 열렸던 전원회의에서도 대남, 대미 문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전원회의 보도에서 대외 관계와 관련된 언급은 다음의 한 문장이 전부였습니다.
 
"결론은 다사다변한 국제 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 관계와 대외 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2021년 12월) 보도>

당시 전원회의에서 대외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대내외 정세가 북한에게 상당히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시 북한은 계속되는 유엔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었지만, 핵 개발을 포기하거나 국경 봉쇄를 풀어 대외 관계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대외 긴장을 고조시키기에는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었고, 2022년 3월 남한 대선도 지켜봐야 할 변수여서 주변 정세를 관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당시 대외 관계에서 일정 정도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외 관계 언급 안 한 이유는

이번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대외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해서 북한이 대남, 대미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가의 전반적 사업을 논의하는 주요 회의에서 대외 문제가 빠졌을 리 없고, 북한 보도를 보면 김성남 국제부장이 토론에 참가하고 최선희 외무상이 부문협의회를 주도하는 모습이 있어 대외 관계 논의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외 관계에 대한 논의는 이뤄졌으나 일부러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전원회의 도중 토론에 참가한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외 관계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지금은 2021년 말 전원회의 때처럼 북한의 대내외 정세가 그리 복잡한 상황은 아닙니다. 북러 밀착으로 대북 제재는 무력화되고 있고 한미일과의 대결 구도도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외 관계 논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의 정세에서 대외 관계를 부각시키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대남 관계는 북한이 별개의 두 국가임을 선언하고 단절 조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단순한 비난 외에는 특별히 더 언급할 내용이 없습니다. 대미 관계는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섣불리 입장을 밝히기보다 정세를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북러 관계의 경우 자랑할 만한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북러 밀착 속에 특히 얼마 전에는 푸틴의 방북으로 자동 군사 개입을 복원하는 수준의 북러 조약까지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북러 관계의 성과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면 이는 최근 미묘해지고 있는 북중 관계를 감안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민 통제 더욱 강화할 듯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경제적 성과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을 표시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볼 때 경제 상황이 확연한 상승세이며, 농사 형편도 괜찮고 건설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들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주목해 볼 점은 북한이 주민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부분입니다.

김정은은 "법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여 국가 관리와 사회 생활의 모든 분야에 혁명적인 사업 체계와 규율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원회의의 네 번째 의안 <사법제도의 공고발전을 위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와 관련해, "국가의 정치적 안정과 인민대중의 권익을 수호하고 사회주의 전면적 부흥을 법적으로 튼튼히 담보할 수 있도록 사법제도를 혁신적으로 보강완비하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을 연구"했다는 부분도 되새겨볼 만합니다. 법과 규율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생활을 사회주의 시스템으로 더욱 옭아매겠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류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는 북한 젊은 세대들의 사상 이완을 조직을 통해 다잡겠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최근 시기 전사회적으로 높이 발양되고 있는 청년들과 근로단체 동맹원들의 애국심의 전통적 기질과 본때를 연말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도록 근로단체 사업을 보다 목적지향성 있게, 박력 있게 조직전개할 데 대한 문제가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2024년 6월) 보도>
 

여맹 위원장, 근로단체부장으로 파격적 승진

이와 관련해 눈여겨 볼 부분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근로단체부장이 교체된 점입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근로단체부장은 청년동맹, 직업동맹, 농업근로자동맹, 여성동맹 등을 관할하는 직책으로 상당히 비중 있는 자리입니다. 근로단체부장이 왜 교체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청년동맹 조직 등을 좀 더 활성화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해 볼 부분은 신임 근로단체부장으로 임명된 김정순입니다. 김정순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여맹(여성동맹) 위원장을 지냈고, 2021년부터 다시 여맹 위원장을 맡고 있던 여맹의 핵심 인물입니다.

신임 근로단체부장으로 임명된 김정순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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