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가 불러온 타고투저? 풀리지 않는 ‘탱탱볼’ 미스터리
세계 최초의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된 올 시즌 프로야구는 '타고 투저'다.
리그 평균자책점은 4.86으로 지난 시즌 4.14에서 껑충 뛰었다. 평균 타율도 0.276으로 지난 시즌(0.263)보다 소폭 올랐다.
KBO는 ABS를 도입하며 좌우 스트라이크 존을 2cm씩 넓힌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졌는데 타자 강세가 두드러지는 이상한 시즌이다.
■일관된 ABS 존은 타자에게 얼마나 유리할까?
ABS 도입으로 타자가 유리해졌다는 근거 중 하나는 일관된 존의 적용이다. 과거엔 심판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달랐고 타자는 투수보다 경기 중 이 존에 적응할 시간이 적었다.
또, 타자의 키에 따라 ABS 존이 달라지므로 투수는 매 타자 다른 존에 맞춰 승부해야 한다. 반면, 타자는 상대 투수와 무관하게 일정한 존을 갖는다. 존을 파악하는 싸움에서 과거와 달리 타자가 유리해졌다.
다만 수치에선 이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타석 당 볼 넷%는 0.4% 증가했지만, 삼진 비율은 1%나 증가했다. 전체 삼진 중 루킹 삼진%도 2.7% 증가했다. 올 시즌 ABS가 존 모서리 부분까지 엄격하게 잡아내며 타자들이 스트라이크를 지켜보다 삼진을 당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존 안쪽 공에 스윙할 확률과 존 바깥쪽 공에 스윙할 확률도 지난 시즌과 대동소이하다. 수치만 보면 ABS과 스트라이크 존을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타고투저 제1 원인은 늘어난 홈런…탱탱볼 미스터리?
지난 시즌 홈런은 924개였고 올 시즌은 7월 3일 기준 792개다. 아직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빠른 페이스다.
지난 시즌 약 61타석에 한 번꼴로 홈런이 나왔다면 올 시즌은 42타석에 한 번씩 홈런이 나왔다.
특히 뜬공 대비 홈런(HR/FB%)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지난 시즌 4.4%였던 HR/FB%는 올 시즌 6.7%로 올랐다. 공이 일단 뜨면 더 자주 홈런이 된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타구 속도가 빨라졌다. 올 시즌 타구 속도는 지난 시즌 대비 약 2km/h 증가했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도 소폭 증가했지만, 홈런만큼 득점에 큰 영향을 준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타구 속도가 빨라지고 홈런이 늘어났다면,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KBO의 공인구 수시 검사 결과를 보면 1차 때는 반발 계수가 다소 높았지만 2차 땐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1, 2차 검사 모두 반발계수는 기준치안에 들어왔다.
■미스터리한 타고투저의 이유는?
① 관대해진 '하이 존'…높은 공 승부 빈번해져 홈런 늘어나
올 시즌 많은 해설위원과 선수들이 ABS 존이 높은 쪽 공에 관대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낮은 공은 다소 박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존이 위쪽으로 커진 만큼 투수들이 존 상단을 공략해 타자와 승부하는 장면도 늘어난 느낌이다. 높은 공 승부가 많아져 홈런이 많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올 시즌 투수들이 높은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하지만 이런 높은 변화구는 제구가 조금만 어긋나면 장타로 이어진다.
②없어진 '퇴근 존'?… ABS에겐 자비가 없다.
야구 팬들 사이에선 이른바 '퇴근 존'이란 말이 있다. 점수 차가 벌어져 경기가 일방적으로 기울면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실제인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ABS는 예외다. 패전처리를 위해 약한 투수가 올라와도 존은 똑같다. 상황과 무관한 ABS의 자비 없는? 일관된 존이 타고투저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③반발계수 검사의 신뢰도는?
KBO의 공인구 2차 검사에 사용된 표본은 3타(36개)다. 야구 경기에서 9이닝 동안 평균 10타에서 12타 정도의 공인구가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구장마다 공인구 보관상태가 다른 만큼 어느 구장에서 표본을 수집했냐에 따라서 반발계수는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 경기에서 1차 검사의 대상이 됐던 공인구를 모두 사용한 다음 2차 검사의 대상이었던 공인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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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규 기자 (youngq@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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