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대장 별놈들' 나선욱, 황인심, 장영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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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MBC <개그야> 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TV에서 사라진 뒤 코미디언들은 유튜브에 둥지를 틀었다.
“코미디언은 어디서든 웃기면 살아남는다”는 코미디언 최양락의 말처럼 코미디언들은 유튜브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크루는 나선욱, 황인심, 장영호로 구성된 ‘별놈들’. 신인 개그맨인 그들은 동명의 유튜브 채널에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선보여 126만 명의 구독자를 사로잡았다.
별놈들의 유니버스는 ‘일진’에서 시작된다. 나선욱은 남산만 한 배와 현란한 타투를 자랑하듯 몸에 딱 붙는 반팔 상의와 형광색 반바지를 입고 “아는 형님의!”를 시도 때도 없이 외친다든가 “오빠랑 오마카세에 갈래?”라고 묻는 99대장 나선욱을 연기해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특히 99대장 나선욱의 연애사를 다룬 ‘문돼의 온도’는 유튜브 채널 <별놈들>의 킬링 콘텐츠로 자리 잡기도. 황인심은 ‘여캠방 큰손 회장’에서 여자 BJ에게 별풍선을 쏘기 위해 전 재산을 거는 포람페로 분했고, 장영호는 고등학교 자퇴 후 배달 기사가 된 일진 영호로 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길을 가다 혹은 온라인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일물을 리얼하게 묘사한 그들의 콘텐츠를 보면 시간이 순삭된다. 인기에 힘입어 나선욱은 유튜브에서 지상파로 역진출하며 유튜브 코미디언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 <별놈들>의 대표 콘텐츠로 일진의 거친 로맨스를 담은 ‘문돼의 온도’가 종영했습니다. 소감이 어때요?
나선욱(이하 ‘나’) 예쁘게 마무리한 것 같아요. 콘텐츠를 오랫동안 연재하면서 마지막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점점 뻔해지고 재미없어지는 것 같아 음원도 내보고 여러 시도를 하면서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고민했어요. 독자들이 끝까지 재밌게 봐줘서 기뻐요.
세 사람이 케미스트리가 좋아요. 진중한 황인심, 똘끼의 장영호와 나선욱이 그 중심을 잡고 있죠. 세 분은 어떻게 모이게 됐어요?
나 20살 때부터 알고 지낸 인심이가 개그맨이 되려고 서울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러 다니다가 공채가 없어지면서 유튜브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인심이를 꼬시는 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황인심(이하 ‘황’) 극단에 다니면서 카페 매니저를 하고 있었어요. 선욱이가 “나랑 같이 할 생각이 있냐? 나를 믿고 유튜브를 해보자”고 하는데, 그 말에 자신감이 있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카페 매니저가 아니라 개그맨이 되려고 서울에 온 거잖아요. 그래서 같이하기로 결심했죠.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어요?
나 내가 안 될 거란 의심은 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사람마다 자신의 능력치가 존재하고 한 분야에서 꾸준히 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부모님이 저를 응원해주시고,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못 할 게 뭐가 있어요? 제가 웃음을 쫓아가면 개그맨이 못 돼도 레크리에이션 강사나 MC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영호는 어떻게 합류했나요?
나 조용하고 평범한 우리와 다른 타입의 멤버를 1명 더 영입하고 싶던 차에 한 행사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영호를 만났어요. 처음 본 날 “함께 유튜브를 하자”고 제안했죠. 영호는 기본적으로 텐션이 높아요. 사회를 보면 저는 점잖게 보는 스타일인데, 영호는 각설이 축제를 만드는 스타일이거든요. 꼭 필요한 멤버라고 생각했어요.
장영호(이하 ‘장’) 제가 당시 방황하는 청춘이었거든요.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좋다”고 했죠.
코미디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거네요.
황 어려서부터 사람들을 웃길 때면 희열을 느꼈어요. 전역하자마자 극단에 들어가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해보자며 서울로 왔죠.
장 저도 웃기는 걸 좋아해 방송연예과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예체능 특유의 학교 문화가 저와 맞지 않아 중퇴했고, 이후 선욱이 형을 만났어요.
나 초등학교 때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을 보면서 코미디언을 꿈꿨어요. 학교에서 장기 자랑 시간에 모두 노래를 하는데 저는 개그를 했었죠. 전역 후 서울에 와서 개그맨 공채 시험을 봤는데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 작가님이 저 보고 “얘는 캐릭터가 있다”고 했었거든요. 결론적으론 공채 시험에서 탈락했지만 작가님의 그 한마디가 내게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어요. 그 후 대학에 들어가 개그를 배우던 중 개그맨 공채가 사라지면서 유튜브로 눈을 돌렸어요.
왜 유튜브였어요?
나 학교 선배가 유튜브에 <보물섬>이라는 채널을 개설해 성공한 것을 보고 ‘꼭 개그맨이 되지 않아도 재미있겠는데’라고 생각했어요.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려고 아이디어를 짜는 건 어려웠는데, 유튜브 콘텐츠를 짜는 건 그에 비해 쉽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유튜브가 어렵지만 당시엔 그렇게 느꼈어요.
개그맨 시험과 유튜브 콘텐츠는 구성이 어떻게 달라요?
나 표현 방식이 달라요. 유튜브에는 제약이 없어서 하고 싶은 대로 애드리브를 쳐도 되잖아요.
유튜브를 시작하고선 어땠어요?
나 많이 실패했죠. 주변 사람들한테 유튜브를 해보라고 추천하곤 했는데 이젠 추천하지 않아요. 6년 동안 유튜브를 하고 나니 유튜브가 너무 어려워요.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바뀌고 매일 수많은 경쟁자가 나타나니까 우리가 언제 잊힐지 몰라요. 저희는 코미디 유튜버 중 구독자 수가 높은 편인데도 수익이 불안정하고요. 어제도, 그제도 그런 불안함을 느꼈어요.
황 열심히 만든 콘텐츠가 주목을 못 받으면 아쉬움이 크죠. 그런데 반대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만들었는데 조회 수가 높은 콘텐츠도 있어요. 정신없이 촬영하면서 ‘이게 맞아?’라고 고민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할 땐 희열을 느끼죠.
<별놈들>의 콘텐츠는 현실을 복사한 것처럼 리얼해요. 어떻게 캐릭터의 포인트를 딱 잡아요?
나 주변 사람, 지나가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해요. 그러다 조금 튀는 사람이 있으면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죠.
장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간 군상이 조금씩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찾으려고 클럽에 가고 그래요. 클럽에 텐션이 높고 특이한 사람이 많거든요.
황 저는 유튜브를 많이 봐요. 여캠을 보면서 사람들이 왜 별풍선을 충전하고, 별풍선을 받은 여캠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체크했어요.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었죠.
나 방송을 안 보는 사람들은 왜 별풍선을 쏘는지 이해하지 못하니까 일부러 별풍선을 쏴봤어요. 그런데 실제로 별풍선을 쏘면서 BJ와 소통하니까 재밌더라고요.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은 사람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면 기분이 좋아요. 그러면 별풍선을 더 쏘고 싶어지고요.
경험하면서 캐릭터를 만드는 거군요?
나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려면 2개월 정도 공부해요. 중고차 딜러를 주인공으로 한 ‘허위딜러’를 만들 때 제가 차가 없어 차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래서 차와 관련된 영상을 많이 봤는데 어느 정도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99대장 나선욱은 극 중 고등학교 일진 출신이에요. 학창 시절에 어땠어요?
나 어느 교실에나 있는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일진과는 거리가 멀었고요.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일진 친구들을 봤으니까 그게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죠.
장 뒤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아 까불거리는 애들 있잖아요. 저는 딱 그런 애였어요. 얼마 전에 생활기록부를 봤는데 고3 때 담임선생님이 저를 사고뭉치로 묘사했어요. 주위가 산만하고 시끄러우면서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쓰셨더라고요. 돌아보니 지당한 말씀이에요.
황 저는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곡성이 고향인데 공부를 못해 남원으로 유학을 갔어요. 동창은 모두 초중고를 같이 나왔는데 저 혼자 타지 사람이니까 친구가 없잖아요. 그래서 더 조용했죠. 뭐, 일진 친구들이 빵을 사 오라고 하면 사다 주기도 하고요.
나 찐따였네?(웃음)
황 부끄러움도 많고 조용한 스타일이었는데 당시에 왜 개그맨을 꿈꿨는지 몰라요.
그렇게 진짜 개그맨이 됐는데 어때요?
나 허무해요. 저희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개그맨이라고 하지만, 공채 출신이 아니어서 소속감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를 웃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라고 정의했어요. 예전에 공채 개그맨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이제 괜찮아요.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라서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거든요.
장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저 스스로 ‘남을 웃기는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언젠가 생각이 정체되면 감이 떨어질 것 같아서 자신감도 없어지고요. 그만큼 개그가 참어려워요.
나 “감은 떨어지면 주워 말려 곶감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오랫동안 영원히 할 수 있다.” 알겠니?(웃음)
황 이렇게 우리가 흔들릴 때마다 선욱이가 가운데서 잡아줘요. 정신적 지주랄까요?
장 그런데 요즘에는 선욱이 형이 제일 흔들려요.
나 제가 논란이 하나 있었잖아요(나선욱은 한 모임에서 누군가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상장을 미끼로 코인 투자를 불법으로 유치한 스캠 코인 의혹을 받은 A사와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저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었는데 주변에서 피해를 입는 걸 보니까 연예계 생활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논란을 겪은 후에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더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세 분의 MBTI는 뭐예요?
나 MBTI로 절 가두고 싶지 않아요.(웃음) ENTJ와 ENFP가 번갈아 나오는데 J와 P는 되게 다르잖아요. 제가 살이 찌고서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P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예전엔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는데 이제는 움직이기가 싫어요.(웃음)
장 저는 ENTP와 ENTJ가 번갈아 나와요. 그런데 P에 가까운 것 같아요.
황 ISFP예요. 게으름의 정석이에요. 약속이 생기면 취소되길 바라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이제는 캐릭터 연구를 위해 외부인을 만나려고 해요.
장 일할 땐 밖으로 잘 나와요. 밥벌이를 해야 하니까요.(웃음)
셋이 의견 충돌이 생길 때도 있죠? 그럴 땐 어떻게 해요?
나 대학을 다니면서 개그에 완벽한 파트너는 없고, 내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 혼자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유튜브는 의지가 강하다고 혼자 할 수 없어요. 그런데 팀으로 하니까 제가 힘들 땐 친구들이 끌고 가고, 친구들이 힘들 땐 제가 끌고 가는 시스템이 됐어요.
세 사람이 함께할 때 호흡은 어때요?
장 잘 맞는다, 안 맞는다를 말할 수 없어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만들어가고 있죠.
나 저희 셋이 함께 콘텐츠를 만든 게 많이 없어요. 가성비를 생각하면 3명 모두가 화면에 나올 수 없거든요. 한 사람은 카메라맨을 하고 한 사람은 PD를 해야 해요. 그렇게 하니까 합이 잘 맞아요.
나선욱은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지상파 방송으로 진출했어요. 방송과 유튜브의 차이가 있나요?
나 언어가 달라요. 방송에서 “유행하는 문신돼지 연기를 보여주세요”라고 하면 “오빠랑 오마카세 먹으러 갈래?”라고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어요. 유튜브는 수평 구조라 캐릭터로 웃겨야 해서 연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해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제가 어딜 가든 막내예요. 막내로서 어떤 말을 어떻게 재치 있게 해야 할지 주변 상황을 많이 살펴요. 그래야 치고 들어갈 수 있거든요. 방송 속 캐릭터는 오히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재미없어요. 조용히 있다가 묵직하게 한 방을 날리는 사람이 웃긴 것 같아요.
방송과 유튜브를 동시에 하는 건 어때요?
나 2가지 모두 100% 하기는 힘들어요. 지난해 내가 유튜브를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을 때 방송 출연의 기회가 왔어요. 제가 먼저 기회를 잡았으니까 친구들에게 기회가 올 때 팁을 알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팁이 있나요?
나 방송 스케줄이 있으면 긴장이 너무 돼서 매일 도망가고 싶었어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기가 죽었고, 모든 사람이 저를 향해 ‘정통 코미디언이 아닌 유튜버인데 얼마나 잘하나 보자’고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제 꿈이 방송인이었잖아요. 이를 악물고 ‘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걸면서 했어요. 지나 보니 모두 따뜻한 사람들인데 환경이 낯서니까 저 혼자 사람들을 오해했던 거예요. 우리 크루들이 방송에 진출하면 이런 부분을 도와주고 싶어요. 저는 방송에 웬만큼 적응해 이제 다시 유튜브에 공을 들이려고 해요.
앞으로 유튜브에서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 거예요?
나 다이어트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재미있게 보여줄지 고민 중이에요.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했을 때 144.7kg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빼서 119kg이에요. 건강을 위해 관리해야죠.
장 저는 중국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중국말이 어려워 연습 중이에요.
황 저는 이별하는 사람의 브이로그를 만들고 싶어요. 이별한 사람들의 공감대가 있잖아요. 저는 이별하면 많이 힘들어하면서 찌질한 행동을 다 하거든요. 현실 고증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어떤 콘테츠든 우리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하는 게 베스트예요. 저는 MZ 대통령이 될 거예요.
코미디언은 어디서든 웃기면 살아남는다,는 최양락의 말처럼
코미디언들은 유튜브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크루는 나선욱, 황인심, 장영호로 구성된 ‘별놈들’.
신인 개그맨인 그들은 동명의 유튜브 채널에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선보여 126만 명의 구독자를 사로잡았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유재이(프리랜서) | 사진 : 이대원 | 스타일링 : 문진호 | 헤어 : 박지선(고원) | 메이크업 : 안희정(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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