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아이] 토론 참패 후폭풍, 누가 바이든을 대신할 것인가

박영서 2024. 7. 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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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TV 대선 후보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를 잠재우긴 커녕 더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바이든이 이런 상태로 대선에 나간다면 필패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후보를 새로 뽑자니 마땅한 인물 또한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민주당이 어떻게 돌파구를 열지 지켜볼 일이다.

◇"이제 떠날 시간이 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첫 TV 토론이 지난달 27일 오후 9시(현지시간) 열렸다. 토론회장인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 바이든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배경음악이 흘러나오자 81세와 78세의 두 현직·전직 대통령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지도, 악수도 하지 않고 바로 토론에 돌입했다. 토론 주제는 높은 물가에서 낙태, 국경 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은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내내 쉰 목소리였다. 토론 도중 목을 가다듬고 기침을 자주 했다. 말도 더듬거렸다. 그의 주장에는 유창함이 부족했고, 질문과 맞지 않는 일관성 없는 답변도 많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최대 약점인 '고령 리스크' 우려가 사실로 바뀐 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서 한숨을 지었고, 민주당은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트럼프는 바이든 보다 3살 어리지만 상대적으로 30년은 더 젊어보였다. 트럼프는 토론회에서 고령의 바이든이 자폭하기를 기다렸고, 결국 압승을 거뒀다.

토론이 끝나자 미국 유력 일간지와 주요 방송은 "바이든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면서 등을 돌렸다. 대선 참패를 우려한 민주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선 '후보 교체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급기야 현역 민주당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재선 포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15선 하원의원인 로이드 도겟 의원(텍사스)은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1963년 11월∼1969년 1월 재임)의 사례를 거론하며 바이든이 재선 도전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전 와중에 불거진 경제상황 악화와 인기 하락 등의 위기에 직면해 백의종군함으로써 여론 반전을 이끌며 체면을 살린 존슨 전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을 벤치마킹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신호탄으로 '반기'를 드는 현역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 하원 민주당의 한 보좌관을 인용, 민주당 하원의원 25명이 앞으로 며칠간 바이든 대통령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그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보 교체 가능하지만 더 큰 혼란

후보 교체는 가능하다. 바이든 본인이 대선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면 된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통해 전체 대의원 3937명의 대부분인 3894명을 확보해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공식 선출을 앞두고 있다. 당규에 따라 대의원들은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서약을 한다. 따라서 바이든이 완주를 고수한다면 다른 후보가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바이든이 전당대회 전에 대선 후보를 포기한다면 대의원들은 자유롭게 다른 후보에 투표할 수 있다. 시카고 전당대회에 모인 대의원들이 '자유투표'로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현대 미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개방형 전당대회'가 될 것이다.

현실화하면 바이든은 존슨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연임 시도를 중도 포기하게 된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사실상 후보로 확정돼 전당대회만 남기고 있는 상태인 반면 존슨 전 대통령은 경선 초반에 중도하차했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문제는 새로운 후보 선정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전당대회에서 새 후보가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300명 이상의 대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여러 주에서 일정 수준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유력한 정치인이 아니면 출마하기 어려운 것이다. 후보가 많아지면 표가 분산돼 후보가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가 되기 위해선 대의원 투표의 과반을 획득해야 한다. 바이든이 자신을 대체할 후보를 지명하고,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했던 대의원들이 그에게 표를 몰아준다면 그나마 무난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 다른 인사들이 불복해 후보로 나서겠다고 한다면 민주당에 내분이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새 후보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냐는 점이다. 합법적인 후계자로 여겨지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보다 훨씬 인기가 없다. 사실 바이든은 민주당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자리에서 자진 사퇴하는 용단을 내리더라도 이러한 난관들이 민주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후보를 교체해도, 안해도 첩첩산중은 마찬가지다.

◇향후 여론 흐름이 중대 분수령

아직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완주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 민주당은 대안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앉아서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TV토론 참사' 이후 여론은 요동치고 있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등록유권자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율은 41%로 트럼프(49%)와 큰 격차를 보였다. NYT는 반올림되지 않은 득표율을 사용해 계산하면 두 후보의 격차는 9%포인트에 달한다고 밝혔다. 토론 이전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6%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버틸 수 있을지는 결국 여론에 달려 있을 것이다. 향후 며칠간의 흐름이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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