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독일까 득일까

김영희 2024. 7. 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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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클릭아트 제공

교육부는 2025년 1학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영어 과목에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목표로 한창 개발 중에 있다.

외국 일부 도시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 곳이 있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은 한국이 최초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이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내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청원인는 “아이들 문해력이 떨어지고 스마트 기기 중독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도입을 유보해 달라는 내용이다.

반면 교육부는 “AI 교과서로 오히려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져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 안그래도 스마트 기기 사용 과도한 상황인데…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은 지난달 27일 동의자 수 5만명 이상을 넘어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인은 “교육부의 2025년 디지털교과서 도입 방침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 교육계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매우 크다”며 “이미 수년 동안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이전에 없던 가정불화를 거의 매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지 우리 가정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 아닌 위안으로 삼아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으로 스마트 기기들과의 위험한 동거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렇게 방관 또는 포기, 수동적인 수용을 계속하며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스마트기기가 널리 사용돼온 10여 년의 시간 동안 많은 뇌과학자, 정신의학자, 교육전문가들이 스마트기기 사용의 심각한 부작용을 밝혀내어 그 유해성을 여러 매체를 통해 꾸준히 알려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일과의 절반 이상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조차 스마트기기를 이용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또 “학부모들은 ‘안 그래도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과도해서 걱정인데, 교과서까지 디지털로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모든 교과서 자체를 디지털화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먼저 일부 과목만 선도입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준비도 미흡하고 그 효과 역시 미지수인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끝으로 그는 “교육부는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방침에 대해 전면 취소할 수 없다면 적어도 ‘도입 유보’를 발표하고 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 분석을 하여 교육 보조자료로서의 디지털기기가 아닌 전면적인 디지털교과서 사용이 서면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보다 객관적, 과학적으로 더효과적인 교육방식이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후 이 정책에 관해 다시 논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후 맘카페에서도 AI 디지털 교과서를 반대하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디지털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어떤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미래가 디지털화돼도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이 미디어를 보는 시간도 긴데 교과서마저 디지털로 바뀌면 미디어 시간도 과해지고 눈도 나빠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스마트 기기는 뇌 발달,시력 저하, 신체와 정신 등에 모두 악영향을 줄 것이며 아이들은 책과 더 멀어질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 교육부 제공

■ 학생 각자의 속도와 역량에 맞게 교육

내년 예정인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유보하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대해 교육부가 기존 서책 교과서를 폐지하지 않으며 수업에서 보조적 도구로 쓰인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2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에 대한 참고자료를 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깊이 있는 학습’, ‘핵심역량 함양’, ‘학습자 주도성’, ‘디지털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러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교육의 변화를 학교 현장의 수업에서 구현하기 위해 ‘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을 슬로건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추진 중이며, AI 디지털교과서는 이러한 교실혁명을 지원하는 도구로 도입된다”고 밝혔다.

2025년은 초·중·고교 전체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해다.

이어 “‘교실혁명’이 지향하는 수업은 주어진 정답을 암기하는 교육을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토론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개념 기반 탐구수업’이고, 이때 교사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수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해 학생들에게 각자의 속도와 역량에 맞는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AI 교과서 도입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 적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토론식 수업, 거꾸로 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 참여 중심 수업, 개념 기반 탐구 중심 수업으로 교사와 학생 간 소통과 상호작용 등 인간적 연결을 더욱 강화해 수업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단순히 소비용 도구가 아닌 생산적 도구로 인식·활용하도록 하겠다”며 “디지털 기술을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시민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교사가 디지털 대전환의 방향을 이해하고 수업혁신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며 “무선망, 기기 보급 등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초·중·고 수학·영어·정보 및 특수 국어 과목에 우선 AI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오는 2028년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에 도입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도입 유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AI 업체와 출판사가 진행해온 AI 교과서 개발이 막바지 단계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교과서 실물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 것 같다”며 “AI 교과서는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게 해서 전반적인 학업 능력을 끌어올릴 필수 도구”라고 말했다.


■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기기로 대체되는 상황과 관련해 해외 국가들의 선택도 나뉘고 있다.

스웨덴 등 일부 선진국 학교들이 지난해부터 디지털 기기 대신 종이책 수업과 손글씨 필기 교육을 다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학습 방식으로 학생들의 기본 문해력과 쓰기 수준이 저하됐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스웨던 정부는 또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도 완전히 중단하면서 유치원에서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했던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스웨덴만이 아니다. 캐나다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표현이나 비판적 사고에 도움을 준다는 학계 의견을 수용해 필기체 쓰기 수업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되살렸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등도 휴대전화를 비롯한 태블릿PC 등 교실 내 모바일 기기 사용 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집중력과 문해력 등 학습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다.

디지털 도구의 급속한 확대에 대해 유네스코(UNESCO)는 지난해 ‘교육에서의 기술’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학습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나 경제적 효율성이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면서 당국이 디지털 기술을 성급하게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경고를 담았다.

반면, 교육에 디지털 기기를 확대하는 나라도 있다. 폴란드와 싱가포르는 공공 자금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두 나라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 읽기 문해력 연구 평가에서 EU ‘국가 1위’와 ‘글로벌 1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7월 초·중·고교 교육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그룹 토론의 논의를 심화하거나 영어 회화에 활용하는 것 등은 장려한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을 과제로 제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교육 당국은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일부 중· 고등학교를 시범 학교로 지정해 생성형 AI를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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