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진실의 방으로 부르고 싶더라"…'6점' 리드도 못 지켰던 박세웅, 명장의 진단은 결국 '멘탈'이었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진실의 방으로 부르고 싶더라"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7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90구,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살아날 듯 좀처럼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지난 5월 22일 KIA 타이거즈전이 끝났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5승 3패 평균자책점 3.59로 분명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토종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그런데 5월 2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 문제였다. 가뜩이나 대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박세웅이 4⅔이닝 동안 무려 11개(1피홈런)의 피안타를 맞는 등 10실점(9자책)으로 무너졌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는데, 대전 한화전을 시작으로 부진이 시작됐다. 박세웅은 6월 첫 등판이었던 NC 다이노스전에서 4⅔이닝 4실점(4자책)을 기록한 뒤 SSG 랜더스(5이닝 5실점), LG 트윈스(6이닝 4실점), 키움 히어로즈(6이닝 4실점)를 상대로도 아쉬운 투구를 거듭했다. 특히 경기 초반부터 유독 많은 점수를 허용한는 것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12일 키움전이 끝난 뒤 "1회에 점수를 쉽게 준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2회부터 던질래?'라고 물어봤다"고 밝혔다.
이어 김태형 감독은 "이러다가 트라우마 생기겠다"고 우려하며 "스트라이크존을 다양하게 활용해야 하는데, 자꾸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박세웅 정도면 여유가 있을텐데, 1회에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한 이닝에 연속으로 맞으면 3~4점으로 연속해서 점수를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후 박세웅은 27일 KIA를 상대로 6이닝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좋은 흐름이 오래가진 못했다.
박세웅은 전날(3일) 경기 시작부터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1회에는 전준우가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선취점을 안겨줬고, 2회에는 노진혁과 전준우가 합작 5점을 생산하며 무려 6점의 지원을 안겼다. 박세웅은 1회 두산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으나,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석환에게 2루타를 맞으며 위기 상황에 몰리더니, 강승호에게 추격의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에도 박준영에게 내야 안타는 내주는 등 실점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그래도 2회 한 점을 내준 것은 경기의 흐름에 큰 영향은 없었는데, 문제는 3회부터였다. 박세웅은 정수빈과 허경민을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은 뒤 헨리 라모스에게 안타를 맞은 뒤 양의지에게 던진 121km 커브를 공략 당해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그리고 4회에는 중견수 황성빈이 타구 판단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만들어진 위기를 잘 넘겼으나, 5회 시작부터 허경민과 라모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준 끝에 만루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를 내려가게 됐다.
주형광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박세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결국 만루 위기는 최악의 흐름으로 전개됐다. 박세웅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김상수가 첫 타자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으나, 후속타자 양석환에게 몸쪽 높은 코스에 147km 직구를 던진 결과 역전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이에 박세웅이 내보낸 승계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면서 6실점(6자책)을 기록하게 됐고, 롯데 또한 난타전 끝에 8-13으로 무릎을 꿇으며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의 투구를 어떻게 봤을까. 사령탑은 4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어제(3일)는 그냥 6회까지 가야 되는 거였다.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히 섞었어야 되는데, 변화를 너무 많이 던졌다. 우리가 봐도 어떤 공을 많이 던지는지 알지 않나. 어제 같은 경우는 아쉽다"며 올해 유독 낮은 직구 비율에 대해 "직구를 많이 던지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부터 두산 마운드를 폭격하면서 분위기를 장악했었기 때문에 박세웅의 투구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사령탑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 박세웅과 대화했던 장면에 대해 "주자를 신경 쓰지 말고, 타자를 상대하라고 했다. 자꾸 주자만 나가면 주자를 신경 쓴다고 공을 어렵게 던지려고 한다. 점수를 준다고 생각하고 타자만 보고 던지라고 해도 잘 안되는 것 같다. 너무 잘 던지려고 한다"며 "어제는 정말 진실의 방으로 부르고 싶더라"고 멋쩍게 웃었다.
결국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멘탈적인 문제가 크다는 것이 사령탑의 판단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껏 보면 좋은 공을 갖고 있어도 2~3년 좋았던 적이 없다. 결국 멘탈이나 이런 부분인 것 같다. 마운드에서 던질 때 이런 것들을 이겨내야 에이스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린드블럼과 니퍼트, 리오스 등은 공도 좋았지만, 보고 있으면 금방 7회였다. 상대가 공을 못 치게 하는 것이 아닌, 승기가 왔으면 숨도 못 쉬게 몰아치면서 승부를 들어가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자꾸 공을 빼고 하면서 타자 쪽으로 흐름을 빼앗기면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태형 감독은 "가운데로 막 들어가면 상대가 칠 것 같으니, 본인이 유리할 때는 어렵게 갔다가 카운트가 불리하면 승부를 들어가는 공은 힘이 있는 공이 아니지 않나. 커브도 높게 던질 것인지, 아예 낮게 던질 것인지 생각하고, 어제 (양)의지를 상대로도 커브를 확 떨어뜨렸어야 한다. 그리고 그만큼 포수들의 리드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후반기가 시작되면 롯데 선발진은 조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좌승사자' 찰리 반즈가 4일 삼성 라이온즈 2군을 상대로 최고 145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등 4이닝 동안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복귀 준비를 마친 까닭. 김태형 감독은 "정상적을 후반기에 합류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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